이유 있는 이유 - 1. 마이바움
독일에서, 특히 독일 남부에서 여행 중 눈에 띄는 기둥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크기나 모양, 장식은 제각각이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 거리나 광장에 세워둔 것은 유사하다. 특이하고 눈에 띄어 기념사진을 남기게 만드는 이 기둥의 정체는 마이바움(Maibaum)이다.
마이바움을 직역하면 '5월의 나무'라는 뜻. 영어로는 메이폴(May Pole)이라고 부르고, 오월주(또는 오월대)라는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
마이바움은 게르만족의 오랜 전통문화에서 유래한다. '숲의 민족'이라 불리는 게르만족은 나무를 신성시했다. 이들이 마을 어귀나 광장에 또는 자기 집 마당에 나무기둥을 세운 뒤 "신성한 나무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투영하였다. 마치 한국의 장승과 같은 의미를 지닌 셈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하절기가 시작되는 5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새 나무를 높이 세우고, 기둥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축제를 즐겼다. 이것을 마이바움탄츠(Maibaumtanz; 영어로 메이폴댄스)라고 부르며, 오랜 전통을 가진 민속축제로 여겨진다.
게르만족이 독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사실상 북유럽과 중앙유럽의 거의 전체이므로) 마이바움 문화는 유럽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나무기둥에 아기자기한 장식을 잔뜩 달아 높이 세우고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은 독일이 단연 으뜸이다. 특히 전통적 색채가 강한 독일 남부에서 여전히 커다란 마이바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이바움을 장식하는 건 동네마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체로 그 마을의 직업군을 표현하거나 유력 가문의 문장(紋章)을 달기도 한다. 또한 독일 동남부 바이에른에서는 지역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기둥을 꾸며 지역색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마이바움은 마치 화관처럼 높은 곳에 나뭇잎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신성한 나무에 관을 씌우는 의식과도 같은 셈이다.
특별히 거창할 것은 없어도 오랜 세월 동안 민족의 정체성을 담아 지금까지 계승되는 독특한 민속문화로서 독일 여행 중 마이바움을 만나면 그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유쾌하게 사진을 남기자.
<이유 있는 이유>
작가의 콘텐츠 브랜드 "내가여행하는이유(EU)"의 여행인문학 시리즈. 유럽(EU)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들의 "이유"를 탐구하여 넓고 얕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정보 콘텐츠입니다.
(비정기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