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 K가 함께 여행 중이다.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가 본 낯선 곳에서 배가 몹시 고프다. 뭔가를 먹어야겠는데, 눈에 띄는 식당이 있다. 맛있을까? 수중에 현금 얼마밖에 없는데 이 돈으로 먹을 수 있을까? 주인은 친절할까?
K가 말한다. 맛집의 포스를 풍기니 들어가자고. J가 말한다. 그렇게 판단할 근거도 없고 내 눈에는 딱 봐도 별로라고, 좀 더 참고 다른 식당을 찾아보자고. K가 소리친다. 다른 데 가면 더 좋은 식당이 있는 보장이 있냐고. 배고프니까 아무거나 먹자고. J가 소리친다. 몇십 분 늦게 먹는다고 굶어 죽는 거 아니라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라고.
사실 J도 K도 이 식당에 대해 아는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높여 싸우는 J와 K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저기, 식당 리뷰를 한 번 보시면 어때요?”
J와 K에 앞서 이 식당에 다녀간 손님의 리뷰를 보면, 이 식당의 맛은 어떤지, 가격대는 어떤지, 주인은 친절한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리뷰가 진리는 아니라고 반론한다면, 그 말은 전적으로 옳다.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산해진미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저 그런 한 끼 식사에 불과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가볍게 카드를 내밀 수 있는 금액이 나에게는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게 할 금액일 수 있다. 그래서 리뷰를 성서처럼 믿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리뷰를 살펴본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의 조각을 찾고, 나의 판단과 결정의 참고자료로 삼는다.
리뷰를 열어보니 평점이 최악이고 불만스러운 글이 보이면, K는 머쓱해져서 J를 따라 다른 식당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평점이 높고 만족스러운 글이 보이면, K는 J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갈 것이다. 서로 싸울 일이 아니었는데, 둘 다 경험이 없다 보니 괜히 다투었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통일’이다.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를 다닐 적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노래를 외워 불렀고 때때로 통일 포스터도 그리곤 했다. 그때만 해도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렇게 교육해봐야 곧이곧대로 믿는 학생도 없을 것이고, 실제로 어린 세대로 갈수록 남북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드시 이뤄내야지." "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 "몹시 반대야." 이 생각의 간극은 극단부터 극단까지 벌어진 것이어서 타협이 어려워 보인다.
혹자는 ‘통일대박’이라고 말한다. 다른 혹자는 통일의 부작용으로 나라가 어려워질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그 누구도 남북통일의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리고 자기 짐작대로,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예측하고 재단하여 자기 생각을 고집하며 다투고 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갈지 말지 다투는 J와 K처럼 우리의 다툼도 무의미할지 모른다. 리뷰를 보면 되니까. “내가 해봤더니 이렇더라”라고 경험을 들려주는 리뷰를 살펴보면 되니까. 리뷰가 성서는 아닐지라도 리뷰를 읽으며 판단의 근거가 될 단서를 모으는 건 가능하니까.
현재 통일에 관한 유의미한 리뷰를 남긴 사용자는 딱 한 명.
Deutschland / Germany / 독일
이 사용자가 남긴 리뷰를 보면,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통일'에 대해 가늠할 단서를 찾을 것 같다. 혹은 어떤 걸 주의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리뷰는 리뷰일뿐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리뷰를 통해 방향을 찾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필요한 갈등과 다툼을 피할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독일 통일은 ‘남의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남의 일’에서 우리가 필요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직접 내 눈으로 리뷰를 보고 판단하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리뷰를 보려고 직접 현장에 갔다. 리뷰를 보고 싶어서 베를린에 간 이야기. 베를린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여행지에서 발견한 독일 통일의 이야기, 험악한 과거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오늘의 일상이 펼쳐지는 독일 수도 베를린을 조금 다른 시점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여행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리뷰를 보고 싶어서>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님)에서 숱하게 반공 포스터와 통일 포스터를 그렸고, <간첩 잡는 똘이장군>을 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독일 통일을 TV 뉴스로 보았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습니다. 18년 동안 독일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역사의 기록과 기억을 접하는 가운데 통일이라는 주제를 한 발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본 리뷰입니다. 특별히 베를린에서 본 통일의 리뷰를 여행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전합니다.
(매주 화,목,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