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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내가 깨닫고 있는 것들

결국에는 내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by 에이든

유럽 생활 약 3년차이고, 어학연수로 왔던 아일랜드 시절까지 포함하면 4년차에 접어들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유럽에서 보내다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여기서 강해야 한다는 것은 물질적, 육체적 강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능력이 강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정신적인 부분은 다양한 부분에서 주요하다. 예를 들어, 남과의 트러블이 생겼을 때, 한국이라면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유럽이라는 외국에서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하루 종일 고민할 수도 있다. 이건 나의 사례인데, 편의점에 무엇을 사러 갔는데, 내가 폴란드어를 할 줄 모르다보니, 직원이 나에게 짜증을 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굳이굳이 폴란드어로 나를 비꼬는 듯하게 굴며 짜증을 냈던 것은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자기가 불편하니 영어를 하더라.


우리나라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 짜증을 냈더라면, 속으로 욕하고 그냥 넘어갔을 일이지만, 유럽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나니, 괜히 마음에 오래 남고, 그 편의점은 피해다니게 되었다. 어떻게보면, 나 스스로가 나를 약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더 힘들고 곤란해질 수 있으니 그냥 넘아가자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일지도.

45DF8E7C-34D4-46CD-8357-B3BC0138A729_1_105_c.jpeg 내가 너무 좋아했던 핀란드 헬싱키

이 외에도, 외국에서 내가 살 집을 찾는 일, 그리고 모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의원 선거일이나 대통령 선거일에 대중교통이 무료인 것도. 해당 선거를 주말에 하는 것도. 어떤 국가에서는 주류를 전문 샵에서만 판매하고, 일요일에는 전혀 판매하지 않는 것도. 내가 살아왔던 세계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인간으로서의 능력이 강해야 한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맞물려 있다. 일전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한국 기업의 유럽 지사에서 근무하는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잃는다면, 이건 나의 체류 자격과도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내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내가 그 국가에서 영주권을 얻어서, 회사의 비자 스폰 없이도 거주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지는 셈이다.


게다가, 내가 유럽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럽 사람들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보다 유럽어도 못하는 내가 그들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결국, 나의 역량과 능력이 있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B4C3514E-AE68-4C4E-A5B3-E712D463BCEC_1_105_c.jpeg 내가 사랑하는 덴마크 코펜하겐, 난 북유럽 체질일지도.

만약,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이었다면, 이런 부분들은 일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는다고 하여도,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국가에서 한 달안에 나가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어떤 외국인이 나보다 일을 더 잘하더라도,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가질 수 있는 이점과 혜택들이 있을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모두에게나 똑같을 것이다. 내가 유럽이 아니라 미국을 가더라도, 호주에 가더라도 같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이건 내가 깨달아야 할 점이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국내에서 했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느꼈다.


누군가가 유럽에서 살고 싶다면, 나는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 회사의 유럽 지사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더 많은 기회를 찾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커리어적인 고민이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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