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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May 24. 2024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괴물은 누구일까 _01

괴물은 누구일까 _01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
"아니, 우린 그대로야."
_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중에서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는데요. 그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어서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제8회 브런치 대상을 받고 <선거로 읽는 한국정치사>를 출간한 게 2021년이었으니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그동안 이런저런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단언컨대 저는 <브런치>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같이 브런치 대상을 수상한 '브런치 동기' 분들의 대활약을 멀치 감치 바라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저렇게 열심히 하시나?'하고 조금 심퉁을 부리기도 했죠. 아무튼 저는 분명 제 작가 소개에 걸어 놓은 것처럼 '오늘도 쓸 생각 중'이었어요. 물론 실제로는 변변한 글 몇 편을 썼다, 올렸다, 발행 취소했다 하길 반복했죠. 갑자기 도무지 무언가를 쓴다는 일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더군요. 그러던 와중에 2022년 양대 선거가 있었고, 저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의 유탄을 온몸으로 맞으며 '완전히 붕괴'되었죠. 선거가 끝난 뒤엔, 제 마음속에 도대체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번아웃에 빠졌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직업병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시간은 선거 단위로 흘러가는데,  2022년 양대 선거 이후 또 한 번 국회의거를 치르고 2년이 흘러 이제 2024년이 되었어요. 정말 시간은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쏜 화살'처럼 흘러가네요. 그 사이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지요. 무엇보다 제 영혼의 친구인 p가 우리 회사 직원들 사이에 숨어 서식하던 이상한 정체 모를 '괴물'의 습격으로 몹시 심하게 다쳤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저와는 달리(?) 참 바르게 자라고 성격도 밝아서 매사에 긍정적이던 p가 그 충격으로 요즘도 악몽에 시달리고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는 걸 보며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회사 내에서 일어난 사고인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네요. 제가 관련자들과 면담을 신청해도  그냥 묵살하고 맙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브런치>로 돌아와 그 '사고'를 복기하려 합니다. 그 '괴물'과의 사투를 다시 되새기고 기억하는 과정은 아물지 않은 상처 부위에 소금을 치는 일처럼  쓰라린 일이지지만 용기를 내 봅니다. 저는 브런치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 브런치 작가 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죠.

아, 그리고 제가 다시 <브런치>에서 이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브런치팀의 격려와 채찍이 주효했습니다. 브런치팀이 가끔 보내주는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권고나 "작가님의 글을 본 지 무려 210일이 지났어요.ㅠㅠ 작가님의 글이 그립네요."라는 애교 섞인 기다림이 분명 저의 복귀에 힘을 실어 줬답니다. 감사드려요, 브런치팀!




사실, 제가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에요. 저나 P에게는 아마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일 거고요. 그래도 제가 용기 내어 이 이야기를 기록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저희에게도 그랬듯이, 이런 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고, 이 사고를 대하는 같은 동료 직원,  직장 상사, 간부들의 인식과 태도, 이 사고를  다루는 우리 조직 내 부처의 접근 방식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해 발생한 그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놀라운 것은 AI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를 정도로 발달하고, 각종 첨단 IT 기술이 사무 자동화를 위해 접목되는 요즘에도 우리 회사에 '괴물'이 숨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우리 주변에 아주 가까이에 말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이니 실제 인물과 너무 닮아 있더라도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건 아마도 아주 놀랍고 신비로운 우주의 우연 때문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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