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天恥
01.
누군가가 내민 손을 솔직하게 잡지 못하고 그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스스로가 가엾다. 오히려 붙잡기는 커녕,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손을 내치고 마는 어리석음.
02.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달리 말하면, 지금의 나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별 뜻 없는 타인의 시선이 가슴에 와 박히고,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상기하며 얼굴이 화끈거린다. 외적인 것이 전부는 아니라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스로의 내면 또한 빈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주 조금이라도. 하지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