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내 생일을 축하해준답시고 왁자지껄하게 모이는 꿈을 꾸었다. 그꿈에서 유독 할머니가 주요 인물로 등장했는데, 평상 시에 가족 꿈 특히 할머니 꿈은 거의 꾸지 않던 터라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곧 잊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의 임종이 가까이 왔으니 요양병원에 들렀다 가라는 소식을 들었다. 조만간 가보겠다고는 했으나, 두려움이 마음에 한가득 들어찼다. 몇 년 동안이나 집과는 딱히 연락도 왕래도 없이 지냈으니, 할머니를 만난 것은 더욱더 먼 일이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임과 함께, 과거의 기억들이 떠밀려온다. 그 기억들은 가히 좋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무어라 말을 건네야 좋을지도, 어떤 표정을 하고 있어야 좋을지도 모르는 나는 그만 또 회피해버리고 만다. 온 가족들이 '사람 새끼도 아닌' 나를 비난하겠지만, 그럴 줄을 알면서도 나는 그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