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든 빠르든 엄마는 불안하다

by 행복한꿈

말이 늦은 형을 둔 덕분에 둘째는 엄마의 적극적인 언어자극에 노출됐다. 신생아시절을 벗어난 한 달 직후부터 둘째는 온갖 시끄러운 상황속에 노출된 채 세상을 경험해야 했다. 그 덕분인지 둘째는 말이 빨랐다.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까꿍'을 말했고 '엄마,아빠'도 비교적 빨리, 자주 말하는 아이가 되었다. 등하원길에 만나는 수많은 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를 따라하려 애썼다.


그렇게 말이 '빠른'우리 아기는 20개월 현재 평범한건지 또래보다 늦은건지, 혹은 빠른건지 헷갈리는 상태로 성장하고 있다.

본인의 생활 루틴 속 단어들을 일찍이 언급하기 시작한 우리 아기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아빠,형아'를 외치며 모두를 깨운다. 일어나자마자 시원하게 모닝똥을 싸고 '기저귀를 갖고 오라는' 지령에 맞춰 기저귀정리함에서 기저귀를 꺼내들고 화장실로 들어오고 말끔하게 응가를 씻어낸 후 '바지'를 외치며 기저귀와 바지를 입는다. 형아와 한참동안 '자동차'를 갖고 놀지만 아직 '자동차'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진 못한다. 다만 목이 마르면 '물'을 외치며 정수기 앞으로 다가가고 배가 고프면 '빠!'하고 소리를 지른다. 밥을 어느정도 먹었다고 판단될 때 그릇을 밀어내며 '끝'이라고 말하고는 휴식으로 '귤'을 요구한다. 등원준비를 하고 어린이집에 가는길에 만나는 까치를 보고 '까까','까치'라고 외치고 들어갈 땐 아주 낭랑한 목소리로 '안녕'하고 말을 하고 쿨하게 돌아서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친구 이름'과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잘 쓴다고 하지만 집에서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비슷하게 말한 그 단어를 엄격한 엄마가 캐치해 주지 않은걸지도....

하원 후 문앞에 놓인 상자를 보며 '택배'라고 말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의 일상 속에선 아침과 비슷한 수준의 어휘를 구사한다. 간혹 형아와 싸우고는 '안돼'를 말하기도 하고 '주스'와 '우유','바나나'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직 '사과'의 발음은 정확하지 않으나 가끔 '사과'를 외치기도 하고 목욕할 땐 욕조를 막아달라며 '뚜껑'이라고 말을 한다.


말 늦은 첫째를 키운 엄마의 눈에는 이 모든 상황이 놀랍기만 하다.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말을 한 적이 별로 없어 둘째의 이 언어구사가 너무 뛰어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발달 책을 집어들때면 또다시 좌절하고 만다. 12-24개월의 언어발달, <한 단어 이상으로 말하기 시작하며 24개월에 가까워지면 두 단어 조합을 보이기 시작한다. 장난감, 음식 등 의미있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기 시작하며 간단한 대명사를 사용할 수 있다.> 혹은 <억양을 높여서 간단한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이거뭐야'를 할 수 있다.>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아직 4개월이나 남은 24개월이지만 4개월밖에 남지 않은 24개월이라는 생각으로 엄마의 기특함은 조급함으로 바뀌고 마는 것이다.


아주 이른 월령부터 엄마의 지시에 맞게 물티슈, 기저귀 등등의 심부름도 하고 '미안해, 고마워'등의 인사도 할 줄 아는 아이이지만 조급증에 빠져버린 엄마의 눈에는 부족하기만 할 뿐이다. 또다시, 이 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란 말인가. 말이 늦어 30개월에서야 '이거뭐야'와 관련된 소통을 처음 시작한 우리 첫째에 비하면 정말 대단한 능력자인데 엄마의 욕심과 걱정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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