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깜깜한 주차장이야.

by 행복한꿈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를 키운 입장에서 애써 위안을 삼은건 말이 늦게 트여 아이의 상상력이 높아지겠거니 하는 가설이었다.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않고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않으며 묵언수행을 하는 긴 시간동안, 아이는 분명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부단히 노력했던 긴 시간을 지나 아직은 완벽하지않지만 종일 쪼잘대는 아이를 보며 말이 늦게트여 좋은점도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엄마, 깜깜한 주차장으로 가고싶어요."

"아빠, 왜 해가 뜨는 주차장으로 가요?"


아이에게 주차장은 실내=깜깜한 주차장, 실외=해가 뜨는 주차장으로 나뉘는 공간이었나보다. 이제는 분명 지하1층 주차장, 지하2층 주차장, 1층 주차장, 2층 주차장이라는 말도 할 줄 알지만 자기만의 '감각'으로 세상을 나누고 지켜보는 습관이 있다.


"엄마, 차단기가 올라가요."


우리 아이는 5세가 다 끝나가지만 여전히 자동차홀릭인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차단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위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는 기다란 막대만 있으면 차단기는 바로 완성되는데 덕분에 우리집 와이파이공유기는 처참하게 부숴져서 교체해야만 했다.


"꿈이야, 그건 차단기가 아니잖아."

"알아. 이건 와이파이야. 이건 전선이고. 전선이 다 끊어지니까 조심히 놀게."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건, 왜 멀쩡한 장난감을 두고 집안 곳곳의 사물을 자꾸 망가뜨리는건지.


우리아이는 남들보다 '이거 뭐야?'나 '왜요?'의 사용이 적었다. 그마저도 새로운 어휘를 알기위해 묻는다기보단 자신이 아는 것을 확인받으려는 의도가 더 큰 질문이었다. 덕분에 아이는 스스로 그 사물이 무엇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충분히 생각해보고 판단한 후에 묻고는 했는데 그 대답이 합당하면 수용을 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조금 더 시간을 줘야했다.

문득.. 이런 기질과 언어발달과정이 아이의 긴 인생을 생각해볼 때 나쁘지않은것 같다. 우리아이는 로봇이 아니기에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우는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 곁에서 해 줘야할일은 세상을 폭넓게 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길안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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