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할리갈리하자!

by 행복한꿈

꿈이가 처음 접한 보드게임은 '토끼운동회'였다. 꿈이의 5살 생일 때 꿈이의 어린이집친구가 선물해주었는데 '드디어 우리 아이가 보드게임도 해 보는구나!'하는 설렘에 박스를 뜯고, 5분도 되지않아 다시 곱게 포장해 집어넣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설명서를 펼쳐놓고 게임규칙을 읽고 귀여운 토끼들을 언덕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당근을 돌렸지만 꿈이는 설명대로 진행해주지 않았고 3살 행복이는 토끼들을 납치해갔다. 두어번 다시 설명을 해 주다가 문득 '내 말을 전혀 듣고있지 않구나.'하는 마음에 평정심을 잃을뻔 했고 다행히 급히 정신을 차리며 첫 보드게임 장난감을 정리했다.


"꿈이는 이게 별로 재미가 없구나. 그럼 뭐하고 놀까?"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자아가 있고 주관이 있는데 육아에 있어 자꾸만 잊게된다. 그시절 꿈이는 보드게임이 하고싶지 않았고 친구가 준 생일선물을 '탐색'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관심분야인 숫자를 떠올리며 토끼가 모두 몇마리인지도 살펴보고 토끼가 구멍에 빠지는 모습도 스스로 조절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규칙을 파악하고 차례를 기다리며 탐색을 하기엔 5세 꿈이는 조금 어렸다. 그 시절 나는 그런 꿈이를 반 정도 이해했지만 조급한 마음을 몰아내지 못하고 토끼친구들을 꽁꽁 숨겨두었다.


내가 다시 보드게임을 꺼내든건 그로부터 1년이나 지난 후였다. 꿈이가 유치원에서 재밌게 한 놀이의 놀이 방법을 설명해주었는데 왠지 '할리갈리'를 설명하는듯하여 준비하게 된 것이다.


"꿈이야, 엄마가 집에 할리갈리 사놨어!"

"할리갈리컵스?신난다!"


사실 나는 할리갈리와 할리갈리컵스가 같은 게임인줄 알았다. 집에 돌아온 꿈이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할리갈리를 뒤적거렸고 컵의 행방을 물었다. 뒤늦게 검색해보니 둘은 다른 놀잇감.


"미안. 엄마는 이건줄알았어. 근데 이것도 재밌어! 엄마랑 설명서를 읽어보자!"


1년 전 토끼납치범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던 행복이는 어느새 4살이 되어 게임에 관심을 보였고, 꿈이형님과 함께 자기도 게임을 하겠다며 한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행복이는 여전히 게임훼방꾼역할을 하게됐지만 종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옆자리로 사라지는 카드더미를 빼앗겠다고 달려들던 모습에서 자기도 5개의 과일을 찾아보겠다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놀이치료, 언어치료 등의 치료기관에서 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지 알 것 같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느끼게 되는 눈에 보이는 보드게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순서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카드를 섞고, 참가자에게 나눠주고, 자기 순서가 오면 카드를 뒤집고, 같은과일의 합이 5개가 되면 종을 치고 그 카드를 갖게된다.'라는 단순한 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게임의 순서와 방법, 본인의 순서를 알 수 있다.

2. 지켜보고 기다 줄 아는 아이가 된다.

빨리 카드를 뒤집고 싶지만 자기 순서가 오지 않으면 카드를 뒤집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기다리는 일련의 상황을 통해, 기다리고 나면 결국 자기 차례도 오고 다른 사람들의 카드를 지켜보다보면 종을치는 순서도 온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이 '기다림'의 시간은 게임에 집중하며 다른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갖게끔 도와준다.

3. 감정표현 축하표현을 할 수 있다.

내가 한 발 늦어서 획득하지 못한 카드에 대한 아쉬움, 애매한 판정에 대한 억울함, 1등을 했다는 기쁨, 성취감, 1등을 한 상대방을 향한 축하.

부모가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며 노출하는 감정표현과 축하인사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재생산할 수 있다.

4. 칙과 예의를 배워간다.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행복이처럼 자신의 욕구를 먼저 내세울 것이다. 러나 거듭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의 규칙에 융화되고, 다른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지켜야 할 예의도 갖추게 된다.

5. 자신감

꿈이와 처음 할리갈리를 했을 땐 일부러 종을 천천히 치거나 힌트를 주며 진행해 보았다.

"어! 행복이 카드는 딸기 5개, 엄마는 딸기2개! 이번에 엄마가 뽑는 카드가 딸기가 아니면 행복이꺼 5개만 남네"

이런식으로 떠벌떠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꿈이는 먼저 종을 치기 위해 준비를 하곤 했는데 어느순간 내가 굳이 힌트를 주지 않아도 꿈이가 먼저 힌트를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엄마아빠가 눈치채지못한사이 재빠르게 종을 쳐서 '리얼'로 이기기도 한다.

할리갈리를 함께 처음 한 날, 유치원가서 친구들과 해보라하니 어떤친구의 이름을 대며 그 친구가 다 이겨서 안된다고 하며 자신없어하던 꿈이었는데 가족들과 함께해 보며 자신감을 장착한 후 꿈이는 요즘 아침마다 할리갈리를 꺼내온다.


"엄마! 우리 할리갈리할까?"


만약 아이가 아직 할리갈리를 어려워한다면 젠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젠가블럭을 쌓으며 3개씩 교차로 쌓는 규칙을 찾아보기도하고, 무너뜨리지않게 하기위한 전략을 터득해볼 수도 있다. 특정 보드게임에 집착하며 옆집 친구는 그걸 할 수 있는데 우리아이는 아직이야!하며 걱정하기보단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보드게임을 통해 대화와 웃음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아이의 언어발달도 함께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엄마표 언어치료 두번째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