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이래라저래라 하는 유형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거예요. 본인이나 잘하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무례한 유형의 사람이죠. 그런데 황당하게도, 요즘 대부분의 기업은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비자를 찾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주요 고객을 칭하던 명칭인 '팬덤'은 이제는 분야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존재합니다. 지난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간섭하는, 통칭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팬슈머(fansumer)라는 신조어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팬슈머 문화는 나의 대한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팬슈머들은 브랜드를 통해 '나'를 나타내고자 하며, 브랜드의 가치관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전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슈머 마케팅 전략'을 통해 팬과 소통하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인, 삼성전자의 '갤럭시'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019년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 노트 10은 소비자들이 만든 팬 메이드 영상을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하였습니다. 성능과 디자인을 강조하는 기존의 광고와 달리 소비자가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획기적인 과정을 통해 쌍방향 소통을 이루고 팬슈머의 입지를 넓혔죠. 또한 2018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갤럭시 팬들을 위한 축제, 갤럭시 팬페스타를 통해서 갤럭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체험하고 관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은하씨, 갓스물 프로모션 등을 통해서 갤럭시를 이용하는 팬슈머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동시에 MZ세대를 타겟팅한 마케팅 전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초, 삼성전자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갤럭시 팬들이 다양한 갤럭시 제품을 특별한 혜택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갤럭시 캠퍼스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할인 스토어라는 점을 들어, 삼성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갤캠스의 홍보와 마케팅에 참여할 '갤럭시 서포터즈'를 모집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초, 메일함을 확인하던 중 우연히 갤럭시 서포터즈 모집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모집글의 내용은 마치 팬슈머 전략과 대학생이라는 특정 타겟층을 공략하여 MZ세대의 트렌드를 읽는 마케팅에 시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포부처럼 느껴졌고, 핸드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두 갤럭시 라인을 이용하고 있는 갤럭시의 실사용자이자, 평소 마케팅/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갤럭시 서포터즈는 아주 흥미로운 대외활동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모집글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제출 서류(자기소개서, 지원동기, 지원 분야 포트폴리오)에 대한 양식이 자유 형식이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앞이 막막해서 컴퓨터 앞에 한참을 부동자세로 앉아있던 기억이 나네요. 심지어 제가 지원한 마케팅/기획은 제 주 전공분야와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부 전공으로 관련 수업을 몇 개 들은 것을 들은 것을 제외하면 관련된 활동내역이나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어떻게 해서 서포터즈에 선발될 수 있었는지 지금부터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으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특별하고 거창한 성과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이 평소에 즐기고 누리는 일상적인 미디어 경험이 곧 마케팅이자 기획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이며, 다음 기수분들 혹은 마케팅/기획 및 IT 분야의 대외활동 및 실무 경험을 목표로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단계: 컨셉 설정
모집글의 선발기준에서는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아이디어, 디지털 마케팅 및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SNS 콘텐츠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마케팅/기획 분야라면 더더욱 이 선발기준과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죠.
단순히 해당 내용이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갤럭시 서포터즈 이전에 이루어졌던 프로모션 활동인 갓스물 서포터즈와 갤럭시 크리에이터 은하씨를 참고하였고, 두 대외활동 모두 포트폴리오의 퀄리티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트렌드 그리고 갤럭시에 적합하다는 부분을 잘 드러내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고 생각되었기에 갤럭시 서포터즈 또한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듯이,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팬과 소통하는 '팬슈머 마케팅 전략'을 꾸준하게 펼쳐왔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나 기획력보다 자사 브랜드 '갤럭시'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에 대한 평가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외활동뿐만이 아니라 이외의 프로모션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제품 군을 이용해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활동을 강조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노트20의 프로모션의 일종인 마음한줄전은 소비자가 직접 노트20의 S펜의 카메라와 삼성 노트를 이용해 나만의 마음한줄 콘텐츠를 만든 후 응모하는 형식의 이벤트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소비자 유형은 갤럭시 제품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이것이 갤럭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컨셉을 토대로 자기소개서 및 지원동기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단계: 자기소개서 및 지원동기 작성
저는 마케팅/기획에 관련된 특별한 경험이 없기도 하고,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작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했기에 포트폴리오보다도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 작성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저의 디지털 친화적인 성향을 살려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부분을 위주로 작성하였고 MZ세대의 트렌드에 익숙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다소 딱딱한 기존의 자기소개서보다 재치 있는 내용과 유행어를 넣어서 구성하였고, 지원동기는 감성과 브랜드 경험을 연관 지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다뤘습니다.
3단계: 포트폴리오 작성
포트폴리오는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M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어떤 마케팅/기획 전략을 펼칠 것인지 구체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기획안에서 STP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등을 전공 지식을 활용했으나 일부분이었기에 마케터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기획안과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주제에 맞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했습니다.
1차 합격 발표
모집 공고는 3월 초에 확인했으나 실질적으로 지원을 준비한 건 약 일주일 정도였고 그마저도 구체적인 틀을 잡고 지원 서류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한 건 4일 정도였기에 제출하면서도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도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 2차 면접은 사전에 안내받은 공통 질문에 관한 부분과 포트폴리오 PT에 관한 것이 주 내용이었기에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면접: 공통 질문 준비
2차 면접의 공통질문은 갤럭시 제품(특히 스마트폰)이 대학생에게 경쟁사 대비 우월한 점 1가지와 가장 부족한 점 1가지를 설명하고, 부족한 점을 삼성전자가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및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갤럭시의 실사용자이자 전자기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개발적인 문제를 위주로 구성한 대본을 작성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우월한 점에서는 갤럭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스템(삼성 멤버스, 굿락 어플, 삼성덱스)을 몇 가지 선정하여 갤럭시의 장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주요 경쟁사로 주목되는 애플의 아이폰은 자사의 모바일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삼성의 갤럭시는 구글의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 OS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연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삼성은 갤럭시 자체 OS인 ONE UI를 도입하여 안드로이드의 장점인 커스터마이징을 극대화하면서 안드로이드는 소비형 시스템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에서는 불가능한 카카오톡 미리 보기 시스템을 지원하는 NotiStar, 엣지 패널을 이용해 간편한 터치로 여러 실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One Hand Operation + 그리고 세부기능 중 '웬만하면 가로로 돌려드림'이라는 기능의 이름에서는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재치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OS에 대한 실사용자의 피드백 및 개발진과의 의견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삼성 멤버스 어플입니다. 그리고 삼성 덱스 또한 ONE UI에 기반하여 편리성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갤럭시의 개발의 동향에서도 삼성은 유저 친화성과 커스터마이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 언급했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장점들을 갤럭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스템(삼성 멤버스, 굿락 어플, 삼성덱스)을 위주로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설명 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답변에 시간제한이 있어 모두 설명드리지 못했던 점이 기억에 아쉽게 남아있네요.
본인이 전문적인 관련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된다면 테크 유튜버의 영상을 참고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저 또한 장단점을 찾는 과정에서 테크몽, IT섭, 맥가이버, 주연 ZUYONI, 테크 기어 캐스트 등 평소 구독하고 있던 테크 유튜버의 갤럭시 제품 군 리뷰 영상이나 갤럭시 OS 업데이트 리뷰 관련 영상을 참고하였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면접에서는 '본인은 삼성 덱스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지와 사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안드로이드 특성상 파일 정리나 기타 커스터마이징이 유용한데 이를 데스크탑 환경에서 사용하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처럼 웹에서는 기능의 제약이 있는 어플을 PC 환경에서 사용하고 싶을 때, PC에서 녹스와 같은 애뮬레이터 없이 모바일을 이용하고 싶을 때라고 답했습니다.
최종 합격
그 결과 갤럭시 서포터즈 1기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느끼고 겪어온 경험들을 연결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을 통해서 '갤럭시와 나'를 표현했습니다. 또한 평소 마케팅/기획에 관심이 있던 학생으로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파악하고자 이를 토대로 컨셉을 구상했던 준비 전략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갤럭시 서포터즈에 지원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관심사와 관심분야, 그리고 평소 좋아하고 애용하던 브랜드를 연결 지어 '나의 생각'을 실무진에게 전달하고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갤럭시 서포터즈 1기로서,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갤럭시와 관련된 콘텐츠를 여러분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