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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바언니 Dec 10. 2022

14살, 나의 반려견이 노견이 되었다

3년만에 만난 14살의 에바의 모습은 참 낯설었다.


백내장으로 뿌얘진 두 눈동자, 벌어지고 깨진 치아는

그동안 가족들이 보내준 사진으로 익숙했지만,


기력없이 터덜터덜 힘겹게 걷는 모습.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

근육 빠진 뒷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는 모습.

간간히 찾아오는 안면의 떨림.

코앞에 바로 앞에 숨겨둔 간식을 찾지못하고 멍때리는 모습.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14살, 나의 반려견이 노견이 되었다.


볕드는 곳은 기가 맥히게 찾는 우리 에바 (22.11.20)


강아지가 7살이 넘어가면 노견이라고 한다하니

그 기준이라면 사실 우리 에바는 노견이 된지 참 오래지만,

크게 아픈 곳 없이 밝게 잘 지냈기에

난 에바가 나이 먹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만큼 다른 견주들은 신경써서 챙겨주는 것들에 나는 참 무심했다.


오랜만에 본 동물병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노견에게 사람의 1년은 10년 그 이상이지요.

에바에게 3년은 더 큰 시간이었을 거에요."


그 말에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5년 전, 뒷일 생각없이 난 한국으로 갔다.

엄마아빠가 가게일을 시작하시면서 오빠랑 나와 살던 에바는 그렇게 오빠와 둘만 남게 되었다.

내가 다시 에바를 보기까지 2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한달밖에 머무를 수 없었다.

이번에는 3년만에 돌아온 것이었다.

그 전에도 교환학생으로 1년,

또 독립이다 여행이다 밖으로 다니며 1년을 에바와 떨어져 지냈으니

에바의 14년 견생 중 나는 무려 절반이나 되는 7년의 시간을 에바와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나는 참 내 생각만 하면서 내멋대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왜 이리 미안하던지.


내가 또렷이 기억하는 에바의 모습은

9살 이전의 성견의 모습.

그리고 지금, 14살 노견의 에바.


9살의 에바 (17.05.25) - 샤워 직후 기부니가 너무 좋다


14살 반의 에바 (22.11.10.23) - 고 나무가 고 나무고 고 풀이 고 풀이다


서둘러 에바의 하루하루를 핸드폰으로 사진과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에바에게서 보이는 모습들을 검색하며 노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겨보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에바와의 시간을.

사진이든, 영상이든, 글이든 닥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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