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_ 마음이 차오르는 순간

표현하는 만큼 더 깊어지는 감정의 파동

by Evanesce

Elated [ iˈleɪtɪd ]

1. 마냥 행복해하는 [신이 난]


가끔은 이유도 없이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굳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하루의 공기 속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며, 그 감정의 스며듦이 조용히 시작되어 어느새 가득 채워지는 것만 같다. 세상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내 안의 숨결이 한층 가벼워진다.


커다란 사건도 아니다. 아주 사소한 어떤 순간이 건드린 감정의 결이다. 누군가의 미소, 우연히 들려온 노래 한 구절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데, 그런 순간이 조용히 나를 감싸오며 이유 모를 행복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사실 이러한 벅참은 종종 누군가를 떠올릴 때 찾아온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진다. 평범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아주 짧은 눈빛에도 오래도록 머문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아닌 내 안에서 일어나는 파동임에도, 나는 그 감정의 출처를 알지 못한 채, 그저 그것이 나를 덮어오는 속도를 느낀다. 미처 억누를 수 없는 흐름처럼 나를 덮어오고, 그 안에서 나는 서서히 변해간다.


사랑이라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차오를 때 그것을 감출 수가 없고, 오히려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진다. 말로든, 눈빛으로든, 아주 사소한 몸짓으로든 그 벅찬 마음의 일부라도 전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현하는 순간 감정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차오른다. 한마디를 건네는 동안에도 마음은 또다시 넘쳐흐르고, 그 사람을 향한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감정이 언어로써 흘러나올 때마다, 그 여백을 채우듯 새로운 떨림은 다시 일어나 빈 곳을 채운다.


마치 파도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이 멈출 틈 없이 밀려오고, 어떤 날은 그 물결이 잔잔히 발끝만을 적시다가도, 또 어떤 날은 거세게 밀려와 턱 밑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나는 그 흐름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감정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기에 그 안에 머물러 있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려 할 뿐이다.


어쩌면 사랑이란, 채워짐과 비워짐이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일 것이다. 마음을 내어줄수록 더 가득 차오르고, 표현할수록 다시금 새로워진다. 그 모순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느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건 결국 내 안의 온기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내어준 온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시금 또 다른 온기로 돌아와 나를 채운다. 그때의 감정을 단순히 행복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들떴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차분하며,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요하게 피어오르며 생생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은 위로 향하고 세상은 한층 더 맑게 느껴진다.


이렇듯 사랑은 우리를 들뜨게 만들지만, 그 들뜸 속에는 어떤 평온이 깃들어 있다. 마치 하늘 위로 떠오르면서도 발끝은 여전히 땅을 느끼는 듯한 상태, 그 경계 위에서 나는 숨을 고르며 균형을 배운다.


감정이 고조되는데 그 안에는 안정이 있고, 마음이 차오르는데 그 속에는 고요함이 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때로 불안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를 살아 있게 해 준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방향이 아니라 에너지이고, 그것이 어디로 흘러가든 우리의 세계를 조금씩 넓히고 깊게 만든다. 그래서 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야 한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자체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한 번 더 표현하며, 이로써 다가오는 파동 속에서 존재의 선명함을 느껴본다.


사랑은 내면의 온도를 높이고 세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 그 속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난다. 오늘도 마음은 조용히 차오른다.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표현을 굳이 멈추려 하지는 않는다. 들뜸과 평온이 한데 섞여, 세상이 조금 더 맑게 빛남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안에서 나는 오늘을 견디며, 또다시 조용히 한 줄기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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