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증거들에 대하여
가끔은 별일 없던 하루 속에서 아주 사소한 순간에 걸려버린다. 지하철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났다가 문이 반대편에서 열리는 것을 경험했을 때와 같은 순간들.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으니, 괜히 벽 쪽을 바라보며 서성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있을 때도 안내방송이 들리면 덜컥 일어나 내려버렸다가, 목적지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는 걸 몇 걸음 걷고 나서야 알게 된 경험도 마찬가지다. 돌아가는 길은 금세 찾으면 되는데도, 마음은 어딘가에 한참 머물러 있다.
사람은 그런 순간에 괜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만 내 행동을 자꾸 돌려본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서도, 사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그 순간의 감각이 그렇게 흘렀을 뿐이고, 아무 의미 없는 행동에 불과했을 텐데도, 마음은 쉽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별일 아니라고 넘기고 싶지만, 그 생각은 꽤나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다.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항상 이럴까' 같은 말들이 마음속에서 맴돌며 자책으로 번져나갈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실수라는 건 상황보다 마음이 더 오래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바라보며 스스로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래도 그런 어리둥절함이 있다는 건, 아직 몸이 세상을 감각하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길을 수없이 다녀도 늘 똑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익숙한 풍경에서도 가끔은 엇갈리고 틀릴 수도 있다. 삶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조금씩 어긋나며 굴러가는지도 모른다. 실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라기보다, 지금도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라는 표시와 같은 것이기에, 그리고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툰 채로도 아직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완벽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날보다, 괜히 걸려버린 날이 더 오래 떠오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때만큼은 계산된 얼굴이 사라진다. 잘해야겠다는 의식도 없고,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드러나는 순간,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이상하게 애틋하게 남는다.
그래서 억지로 괜찮은 척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실수했다고 해서 그날 전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갈피를 잃으니까. 한 번쯤 멈춰 섰다는 이유만으로 나 자신을 몰아세우지는 않기로 한다. 그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르기에.
어쩌면 인간은 모두, 조금은 당황한 채로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오늘 하루 중에도 잠시 길을 잃은 순간이 있었다면,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얼굴 그대로,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