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했다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변화
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다.
하던 일은 늘 정확했고, 판단은 명확했으며, 감정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믿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상황을 분석하는 데 익숙했고, 말의 온도보다는 결론의 선명함을 중시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나치게 차갑다고 말했다. 로봇 같다는 표현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그 말조차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그런 나 자신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전의 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아주 느린 속도로 시작되었다. 어떠한 한 생각이 하루의 틈새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말의 내용보다는 말이 놓이는 분위기를 먼저 감지하게 되었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나는 여전히 정확하려 했지만, 무엇이 정확한가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판단보다 망설임이 먼저 도착하는 순간들이 늘어났지만, 그 망설임은 불편함보다는 낯선 친밀감에 가까웠다.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의 요청이나 기대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었다. 해야 한다는 압박도, 그래야 한다는 설득도 없었는데, 그저 그렇게 반응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원래는 하지 않던 말들을 건네고, 들여다보지 않던 감정의 결을 신경 쓰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선택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살피게 되었다. 혹시 너무 과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나답지 않게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전의 나였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치 이전의 내가 완성된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않은 형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차갑다고 믿었던 태도는 사실 미처 닿지 못한 영역이 있었을 뿐이었고, 명확하다고 여겼던 판단은 모든 결을 담아내지 못한 단순함에 가까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성격의 수정이나 일시적인 흔들림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 형태의 이동인 것이다. 이전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사용되지 않았던 감각들이 천천히 깨어나 자리를 바꾼 느낌.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근육이 갑자기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처럼, 되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방향으로의 이동인 것이다.
이 변화가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나를 잃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를 조금 더 넓게 만들었고, 이전에는 닿지 못하던 감정의 온도와 반응의 속도를 알게 해 주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새롭게 배우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깊었고, 그 안에서 나는 내가 본래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 변화를 쉽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것이 어디로 향할지, 어떤 형태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변화가 우연이나 착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너무 천천히 스며들었고, 너무 당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형태에 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