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L Dec 24. 2022

시니어 개발자로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

4개월 전쯤 우연한 계기로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 생활과 개발자 커리어를 통틀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다. 사용자가 적은 간단한 웹 서비스여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합류 초기에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리드 (= 테크 리드) 혹은 매니저로 일하는 경험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미 진행이 되고 있던 프로젝트지만 팀원 대부분 경력이 많지 않아서 내가 개발 파트를 이끌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나를 흔쾌히 받아준 팀원들도 이런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현재 회사에서 팀 내 테크 리드의 업무를 시작했고 추후 매니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 목표로 정한 경험은 많이 얻지 못했지만 내가 현업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중 몇 가지를 이 글에서 소개하려 한다.


회사마다 다른 기획 및 개발 진행 방식

다양한 크기의 여러 회사를 다녀도 큰 틀의 업무 진행 방식은 비슷했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IT 업계에서 종사한다고 들었기에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당연히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마다 익숙한 업무 방식이 달랐고 당연하다 여긴 업무 요소들에 대한 공감대가 없었다. 작은 규모의 제품 개발은 초기 스타트업처럼 진행되어야 한다고 예상했지만 '초기 스타트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팀원들이 있고 이런 곳에서 쓰이는 전형적인 개발 방법/단계에 대한 이해도 다 달랐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그것도 합류하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도입하는 것은 팀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모두에게 얼마나 더 효율적인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 착각으로 인해 충분한 공감대 형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줬다. 나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돌이켜 봤을 때 경험해보지 못한 회사의 기획/개발 방법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비동기 소통

사이드 프로젝트의 특성상 개인이 쏟는 시간의 양은 팀원마다 다르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회의를 제외하면 일하는 시간대도 다르다. 자신이 편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 프로젝트를 하려면 비동기 소통이 필수 요소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동기 소통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 메신저 대화와 다양한 곳에 존재하는 문서로 주고받는 것들이다. 완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나 다른 시차에 있는 사람들과 일한다면 비동기 소통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업무 환경에 익숙지 않은 팀원들이 있어서 당연하게도 비동기 소통은 순탄치 않았다. 현재 회사에서 회의보다 문서를 통한 소통을 지향하는데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같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비대면/대면 회의를 통한 소통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큰 변화이다. 다행히 이해하기 쉬운 문서 작성을 잘하는 팀원들이 있기에 모두가 순조롭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개인의 목표

회사에는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가 정해져 있다. 이 목표는 제품 개발 방향 혹은 조직원들의 동기부여에 기반이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서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동일시되기 어렵다. 팀원들의 목표, 욕심, 책임감이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무언가 배우기 위해 참여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부분들을 강제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한 목표를 수립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을 더 해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시간을 더 쏟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을 줄이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팀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업무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


제품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팀원들의 사기

위에 나열한 내용들을 합쳐보면 현업이 있는 여러 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누군가 제품이 아쉽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팀원 모두의 커리어에 도움 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 목표가 창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4개월 동안 가장 큰 깨달음을 꼽자면 이 부분이다. 엄청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배우기 위해서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그 누구도 피로도를 참아가면서 자신의 여유 시간을 쓸 이유가 없다.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생각한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제품의 크기와 기능들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 배울 게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고 협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통찰을 얻어가고 있다. 현업에서 매니저 진로를 따라가고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또 다른 뜻밖의 깨달음들이 기대가 된다.


사진: Sam Moghadam Khamseh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네카라쿠배와 미국 빅테크 회사들의 개발자 면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