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것은 없다

1. 호박전과 소시지부침

by 이리니

네. 다들 아는 그 호박전과 분홍소시지를 계란물 입혀 부친 그것 맞습니다.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절대 별것 아닌 부침입니다.

둘 다 마트나 시장에서 1000원대에 구입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꽤 소중하고 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을 정말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손으로 만들어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찬가게에서 살 수 있는 반찬도 아닌데, 내 손으로는 해 먹기가 싫다니 참으로 이상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을 바꿔서 생각해 볼까요?

평일 낮에 5,60대 어머님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러 주로 가는 곳은 한정식집처럼 반찬 가짓수가 많고 메인요리가 주로 찜류인 식당입니다.

그곳에서 한 상 가득하게 받으신 이 어머님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말은 “대접받는 기분이다.” 또는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더라.”입니다.

이렇게 바꿔서 생각하면 제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별것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은, 저에게는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엄청나고 대단한 요리였던 겁니다.

어쩌다가 별것 아닌 것들이 별것이 되었을까요?

우리 엄마는 제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가지와 호박을 좋아하는 것도 모릅니다.

우리 엄마는 매년 돌아오는 제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면서, 설사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어도

손 많이 가는 약밥과 잡채는 만들지언정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을 해 줄 생각은 전혀 못하십니다.

아마도 생색을 내기에는 약밥과 잡채가 더 좋기 때문인가 봅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라고 꼭 덧붙이기까지 합니다.

나이가 50이 가까워오니, 이젠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서 엄마 혼자 정신승리 하시라고 그냥 둡니다.

사실은 들을 마음도 없는 듯해서 포기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굳이 내 손으로는 해 먹기 싫은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을 오늘 혼자 프랜차이즈 전집에 주문하고 배달시켜 먹으려고 주문을 하고 받아서 차려보니 제법 양이 많았습니다.

“우와~ 이거 다 내 거네!” 하며 즐거워합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이라서 일부러 만들어주는 사람도 없지만, 만들어먹기 귀찮다면 그 시간에 열심히 돈 벌었으니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사 먹으면 그만입니다.

편하게 사 먹겠다는데 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살짝 답답하지만 괜찮다고 괜찮다고 위로해 봅니다.


여러분에게는 호박전과 소시지부침처럼

남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떠들지만 혼자만 소중히 여기는 음식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