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것은 없다

2. 식빵이 아닙니다.

by 이리니

저는 단 한 번도 식빵을 즐겨 먹은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엄마는 제가 식빵을 좋아하는 줄로 착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엄마가 식사하라고 음식을 차려놓으면 차려준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군말 없이 다 먹었을 뿐인 음식에 대해서

내가 엄청 좋아하는 반찬으로 차려줬다고 착각을 하신다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연코 어려서부터 집에 사놓은 식빵을 내가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식빵은 매일 1.5L의 우유와 세트처럼 함께 엄마가 사둔 것인데,

그렇게 아침마다 사두면 우리 형제가 전부 먹어서 매일 사야 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 식빵과 우유는 동생이 통째로 혼자서 다 먹었노라고 말하고,

난 식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늘 제자리입니다.

어느 날 아이들 먹이려고 제과점에서 크로와상과 에그타르트를 사 와서 함께 먹고 있는데

“너 입맛이 변했다”라고 말하는 엄마한테 또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입장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난 식빵을 좋아한 적이 없어요.

식빵에 잼 발라먹는 성격도 아니고요.

크로와상이 더 좋아요.

슈크림빵은 더더욱 싫어해요.

생크림빵을 좋아해요.

엄마가 알고 있는 그 취향은 내가 아니라 동생이에요. “

이렇게 말해도 그때뿐이고, 한 달 후에 만나면 또 딴소리할 거 압니다.

같은 말을 해야 하는 상황도 너무 귀찮고, 이런 것도 기억 못 하는 우리 엄마가 이해 안 되실 겁니다.

내 생일도 기억 못 하는 엄마가 내 취향이라고 기억을 할 리가 없습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설명하느라고 힘든데, 원치 않는 음식을 굳이 주면 제가 더 힘듭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 그 취향들은 남편과 우리 애들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엄마의 이런 모습은 아마도 자신이 훌륭한 엄마라고 자기 위안을 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엄마를 보며, 기대를 버리고 거리를 두자고 다짐합니다.

“백 날 천 날 떠들어보라지. 내가 식빵 좋아하는 날이 오나 안 오나”


다른 분들도 저처럼 엄마가 잘못 알고 있는 취향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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