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감정적이다"라는 말은 왜 부정적으로 들릴까요?
어제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제안을 했는데, 동료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건 너무 감정적인 접근 아니에요?"
저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감정적'이라는 단어가 마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신뢰할 수 없다는 뜻처럼 느껴졌거든요.
감정을 억누르는 사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웁니다.
"울지 마"
"화내지 마"
"너무 좋아하지 마"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약한 것이고,
감정을 통제하는 게 성숙한 것이라고요.
특히 직장에서는 더 심합니다.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야 한다는 말은
곧 감정을 배제하라는 뜻으로 통하죠.
그렇게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숨기고,
없는 척하는 법을 배웁니다.
문제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억눌린 감정은 어디로 갈까?
심리학에는 "감정의 수압 모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마치 댐에 물이 차오르듯
내면에 압력이 쌓인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집니다.
사소한 일에 폭발하거나
몸이 신호를 보내죠.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오랫동안 슬픔을 억누르고 살았습니다.
"울면 약해 보인다" "울 시간이 어디 있어"
"울어봤자 해결되는 게 뭐가 있어"
그렇게 10년을 살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멈추지 않더군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몸이 대신 울고 있네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미루는 것뿐이라는 걸요.
감정은 적이 아니라 신호다
그럼 감정은 왜 존재할까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감정은 생존을 위한 신호 시스템입니다.
두려움 → "위험해, 조심해"
분노 → "경계가 침범됐어, 지켜"
슬픔 → "소중한 걸 잃었어, 애도해"
기쁨 → "이건 좋은 거야, 계속해"
감정은 우리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거나 끄려고 한다는 거죠.
감정 관찰의 구체적 방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실천하고, 수강생들에게도
권하는 방법은 "감정 관찰"입니다.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폭발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관찰하는 거예요.
Step 1: 이름 붙이기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뭘까?"
화난 건가, 서운한 건가, 실망한 건가?
두려운 건가, 불안한 건가, 걱정되는 건가?
정확한 감정 이름을 찾아보세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강도가 30% 감소한다고 합니다.
Step 2: 몸에서 찾기
"이 감정이 몸 어디에서 느껴질까?"
가슴이 답답한가요?
목이 조이나요?
배가 묵직한가요?
감정은 추상적인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몸에서 느껴집니다.
Step 3: 색과 형태로 표현하기
"이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이 감정을 형태로 그린다면?"
여기서 드로잉이 등장합니다.
분노는 날카로운 빨간 선일 수도 있고
슬픔은 번지는 파란 물감일 수도 있죠.
정답은 없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 됩니다.
[감정 드로잉 실습: 오늘의 기분 그리기]
제가 워크숍에서 자주 하는 활동입니다.
1. 준비물
- 종이와 펜 (또는 아이패드)
- 5분의 시간
2. 과정
1) 눈을 감고 깊게 호흡하기 (30초)
2) "지금 내 기분은?" 물어보기
3) 떠오르는 색 3가지 고르기
4) 자유롭게 선을 긋거나 색을 칠하기
5) 완성된 그림 보며 "이게 나구나" 수용하기
3. 중요한 건
- 예쁘게 그리려고 하지 않기
-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기
- 그저 느끼는 대로 표현하기
저는 이걸 "감정의 지문"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기분이라도 사람마다, 날마다 다르게 표현되거든요.
감정 표현이 자기 돌봄이 되는 과정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기 시작하면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난 건
경계가 침범됐기 때문이구나"
"내가 슬픈 건
소중한 걸 잃어서구나"
이해하면 대응할 수 있습니다.
휘둘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어요.
한 수강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정 드로잉을 시작하고 나서
제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눌러왔는지 알았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이게 진짜 저를 돌보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
환경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감정 이야기를 하냐고요?
저는 이 둘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은
자연의 신호도 무시합니다.
자기 마음을 듣지 않는 사람은
지구의 목소리도 듣지 않아요.
반대로,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면
자연도 존중하게 됩니다.
둘 다 "관찰"에서 시작하거든요.
오늘부터 시작하는 감정 관찰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5분만 시간을 내보세요.
"오늘 하루 어땠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세요.
선 하나, 색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니까요.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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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양(美量)
생태감성 아티스트 | 감정·예술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나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환경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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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