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환경 실천하고 싶은데요, 뭐부터 해야 하나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 뒤에는 늘 같은 표정이 있습니다.
조금은 불안하고, 조금은 죄책감이 묻어나는 얼굴.
마치 "제대로 못 하면 어떡하죠?"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환경 앞에서 위축될까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처음 한 일은
우리 집 재활용 쓰레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주 1회, 재활용 수거일.
노란 봉투를 열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택배 뽁뽁이, 음료수 페트병, 과일 포장 용기, 요구르트 통...
한 주 동안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반면 캔과 유리병은?
거의 없었습니다.
마트에서 유리병 음료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캔 대신 페트병 음료가 얼마나 많은지,
그제야 체감했습니다.
"우리 집이 이렇게 플라스틱을 많이 쓰고 있었나?"
아니, 정확히는
"일상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설계되어 있구나."
충격이었습니다.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현실이 달랐습니다.
그날 밤, 저는 다짐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줄여야겠어. 이건 너무 심한데?"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노란 봉투는 여전히 플라스틱으로 가득했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상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설계되어 있었던 거죠.
분리수거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
텀블러를 매일 챙겨야 한다는 강박.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죄책감.
언제부터 환경 실천이 이렇게 무거운 짐이 되었을까요?
"완벽하게 못 하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착각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취득한 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 환경 관심 있는데 실천을 못 해요."
"텀블러 가끔 빼먹어서... 그냥 포기했어요."
"분리수거도 제대로 못 하는데 뭘 더 하겠어요."
이 말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모두 '완벽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100점짜리 환경 실천을 하지 못하면, 차라리 0점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50점도 0점보다 낫고, 10점도 0점보다 낫습니다.
텀블러를 일주일에 한 번만 챙겨도, 그건 일회용 컵 한 개를 줄인 겁니다.
분리수거를 완벽하게 못 해도, 최선을 다해 분류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환경 실천에 합격선 같은 건 없습니다.
환경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다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다루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
그게 제 언어였습니다.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분리수거 방법, 탄소발자국 계산법, 재활용 표시 읽는 법...
많은 것을 배웠죠.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지식을 아무리 쌓아도,
제 자신조차도 여전히 환경 실천을 어려워했습니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
그게 뭘까 고민하다가 깨달았습니다.
환경 실천의 가장 큰 장벽은 '지식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부담'이었습니다.
"내가 이걸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무력감)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 해." (자책감)
"완벽하게 못 하면 의미 없어." (완벽주의)
"환경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해." (압박감)
이런 감정들이 우리를 묶어둡니다.
그래서 저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환경교육사 자격증을 땄지만,
저는 여전히 환경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배워가는 사람일 뿐이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제가 가장 잘하는 것 - 시각적 표현과 감정 연결을 활용하는 것.
"오늘 밖에서 본 자연 중 기억나는 게 있나요?"
"지금 기분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고,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에 보이는 나뭇잎 하나. 오늘 마주친 길고양이. 퇴근길 하늘.
별것 아닌 것들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신기했습니다.
분리수거 방법을 이야기할 때는 부담스러워하던 사람들이,
나뭇잎 하나를 그리면서는 편안해졌습니다.
"환경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 대신,
"자연과 나를 연결하고 싶다"는 자발성이 생겼습니다.
생태감성 드로잉이라는 이름
저는 이 방식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생태감성 드로잉"
생태 : 자연과의 연결
감성 : 나의 감정 인식
드로잉 : 표현의 도구
환경은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연결입니다.
내가 오늘 본 자연을 기억하는 것.
그 자연이 내게 어떤 감정을 주었는지 느끼는 것.
그걸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환경 실천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텀블러를 깜빡 잊고 나온 날,
일회용 컵을 받으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 있나요?
분리수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찝찝했던 적 있나요?
그런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오늘 텀블러를 잊었다면,
내일 챙기면 됩니다.
분리수거를 실수했다면,
다음엔 조금 더 신경 쓰면 됩니다.
환경 실천은 완벽함이 아니라,
계속 시도하는 과정입니다.
이제는 방식을 바꿔볼 시간
환경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내가 해야 할 환경 실천 리스트" 대신,
"오늘 내가 본 자연 하나 기억하기"
"분리수거 완벽하게 하기" 대신,
"창밖 나뭇잎 하나 그려보기"
"플라스틱 제로 도전" 대신,
"내 마음에 드는 장바구니 찾기"
환경은 의무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자연과 나를 연결하고,
내 감정과 나를 연결하는 것.
그 작은 연결들이 모여서,
당신만의 환경 실천이 됩니다.
함께 시작해볼까요?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제가 환경과 감정, 그리고 예술을 연결하며
배우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감정을 관찰하는 법
자연과 연결되는 법
서툰 그림으로도 표현하는 법
일상 속 작은 실천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들입니다.
환경이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
�
미양
생태감성 아티스트 | 감정·예술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나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환경 감수성"
감정·예술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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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mee.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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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실천을 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부담스러움? 죄책감? 아니면 다른 감정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