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년대 후반, 경상도 어느 직할시(광역시)에서 태어나,
국민학교(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 두 번째 직장을 서울로 오게 되어,
지금까지 수도권에 정착해 살고 있다.
학창 시절에 나는
왈가닥에 욕심 있고, 가오(?)에 죽고 사는 아이였고,
공부도 잘해 전교 10등 안에서 놀기도 했지만,
비평준화 지역 1등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여고 중, 1등이었음)
반에서 32등(총 34명), 내신 8등급을 찍었던 암흑기가 있었다.
대학은 수능 100%로 입학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고,
(수능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
한 번의 휴학 없이 4년 다이렉트로 졸업해,
전공(국어국문과)을 살려 국어 강사로 입시학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평준화 지역 1등 고등학교 졸업이
아마도 첫 사회생활 시작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듯싶다.
(이력서 한 장 딸랑 쓰고 합격!)
내신도, 반 등수도 엉망이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모든 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바로 지역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학원 국어 강사로 일해 줄 수 있겠냐고...
시강 한번 안 하고 바로 취업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비평준화 지역 1등 고등학교 졸업의 위엄이었다.)
대학시절 나에겐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배운다는 게 굉장히 빡세고(?) 힘든 일이었다.
통사론이라는 전공 필수 과목이 있었는데,
얼마나 어려웠으면
8년 동안 패스를 못해, 졸업도 못하고, 결국 수료로 그친 선배가 있었으니 말이다.
국문과 전공!! 지금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는데,
여기에 문예창작과 복수 전공을 했다.!!
그때는 글 쓰는 게 좋았고, 책 읽는 게 행복이었다.
여하튼, 다시 돌아가....
중학교 단짝 친구와 시작된 학원 강사 일은 내게 잘 맞았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보람 있었고,
지금처럼 아이들이 무서운(?) 시절도 아니었기에,
숙제를 안 해 오거나,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면 혼 낼 권한이 학원 강사에게도 있었다.
심지어, '우리 애 못하면 많이 때려 주세요' 라며 전화 오는 학부모도 있었다.
(학부모님 대인배!!)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서 인터넷을 하던 중...
채용 사이트에서 보낸 메일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용은 귀하를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싶은데, 관심 있으면 이력서를 보내라 정도..
경력사원이나 받는 오퍼라고 생각했는데...
지방대 출신의 내게...
아무 경력도 없던 내게...이런 오퍼가.....!!
검색해 보니, 괜찮은 회사였고, 이름도 알만한 그런 회사여서..
일단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력서를 작성해 보냈다.
(사실 지금도 그 회사에서 내게 왜 오퍼를 보냈는지 매우 궁금하다.)
얼마 후,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서울이라, 새마을호를 타고 4시간 넘게 가야 하는 곳인데...
학원에 뭐라고 말을 하고 가야 하나...고민에 휩싸였다.
채용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현재 학원 강사로 재직 중이고,
그래서, 면접 보러 서울에 가면, 하루 동안 아이들은 제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내가 채용이 될 가능성이 있냐고...
없으면 감사하지만, 면접에 응하지 않겠다고...
(어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용기가 나왔는지......!!)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채용 담당자분께서 나의 이 책임감에 큰 점수를 주셨다고..
백화점에 가서 새 정장도 하나 구입하고...새마을호 첫차 티켓도 구입하고,
서울역에서 그 회사까지 동선도 파악해 보고..
그렇게 면접에 임했다.
실무 팀장과 장장 1시간 40분의 긴 시간 면접을 하고,
다음 주 바로 임원진 면접을 하고,
회사 임원진 한 분이 채용 담당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SKY대 출신도 아니고, 대단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얘를 왜 뽑으려고 하냐....
이 분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 면접자 중 가장 키워보고 싶은 인물이다!' (감동!!)
그렇지만 나는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혔다.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아버지의 기우 때문에,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대학 MT도 가질 못했다.
(불쌍한 내 인생!!)
여름은 8시, 겨울은 6시가 내 귀가시간이었다. 진짜다!!
아버지는 경상도 출신의 보수 킹! 왕! 짱! 무서운 분이시다.
"여자가 무슨 서울에서 회사를 다녀? 그냥 여기서 학원강사나 해!"
사실 나는 학원 강사 시절에도 그 흔한 회식 한번 참석해 보지 못했다.
고등부 수업까지 마치면 밤 12시, 학원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12시 30분!!
그리고 항상 그 시간에 집 앞에 서 계셨던 아버지.......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 셔틀이 서는 그곳에 아버지가 서 계셨었다.)
정확히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난 이 곳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난 서울에 꼭 가야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아버지 감시를 받으며 말도 안 되는 생활을 이어나갈 수는 없다 결심하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식음을 전폐했다.
(그땐 어떻게 굶는 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한 끼만 걸러도 손발이 덜덜 떨리는데.. - -;;)
하나뿐인 딸을 이렇게 잃을까 노심초사하던 어머니는...결국 완강한 아버지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서울로 보내 줍시다!!"
"그렇게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데 소원 들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