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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언니 May 17. 2021

에피소드 1. 내가 제일 잘 나가

ft. 견제와뒷담화

9번째 직장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사회생활 9년 차,

(전 직장과 비교해) 과장에서 대리로 강등.

(전 직장과 비교해) 연봉도 적지 않게 줄어듦.


그렇지만, 원해서 들어온 직장이니 만족했다.


1차 면접에서는 실무 총괄 부장/국장/대표,

2차 면접은 부회장/회장님과 면접을 보았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면접 내내 결혼/출산/자녀 등에 대한 질문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회사는 좀 다르구나! 많이 깨어있는 회사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우리 부서에는 기혼 여성이 나 하나였다.

물론, 다른 부서에는 기혼 여성도, 임신한 여성 직원도 있었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소문이 들려왔다.

임신한 여직원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했더니...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복귀했을 때 너의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퇴사를 하고 나중에 재입사를 하면 어떻겠냐는 등의 회유를 했다고 한다.


결국 그 여직원은 출산 + 육아휴직을 감행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3개월 후 본인의 부서로 복귀도 잘 되었다.

그리고 이 전례를 토대로 육아휴직은 기혼 여직원의 당연한 권리가 되었으며, 

이후 남자도 쓸 수 있는(비록...승진에서 좀 밀리긴 하겠지만) 제도로 자리매김되었다.


육아휴직 1호 ㅇㅇㅇ 대리...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다시 업무 얘기로 돌아와서...

경력 9년 차 대리로 입사한 나는...

빡세게(?) 회사 생활을 해온 덕분에...꽤 괜찮은 경력들을 쌓아 왔다.

그래서 입사하자마자 쓴 제안서가 경쟁사를 이겼고, 모대기업 핵심인재교육도 따냈다.


내 나이 33살, 업력 9년 차 대리일 때.. 이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이룬 쾌거였다.

업무로 인정을 받고....상사의 총애를 받기 시작하자....여기저기서 말도 안 되는 견제들이 시작되었다.


입사 동기였던 모 남자 대리가...부서 인턴들을 모두 모아 놓고....

내가 저 여자 대리보다 위다!! 줄 잘 서라!! 내 일을 우선으로 알고 이행해라!!

저 여자 대리와 웬만하면 엮이지 마라 인생에 도움될 것 없다!! 등의 일장연설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가 일을 더 잘하는지...

누가 정상적인 사람인 지...

누구와 일을 해야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지...

바보가 아닌 이상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인턴들이 자발적으로 내게 와 이런 말들을 전해 주었고, 나와 일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도 해 주었다.

 

업무도 승승장구이고, 회사에서의 입지도 넓어지니...약간의 오만함이 생긴 듯했다.

언제부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 팀장이 좀 우스워 보였고,

가끔은 나의 성과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파렴치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나는 아직 익지 않았는지...

이 당시 내 고개는 자꾸만 위로 올라갔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장관급 인사를 섭외해야 하는 일이 주어졌다.

엄청나게 규모가 큰 행사도....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행사도 아니었기에 바로 거절당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내가 누군가!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

내 전공을 살려 장문의 메일을 썼다.

비서관 분에게 전화도 자주 했다. 

가끔은 귀찮은 듯한 홀대도 당했지만, 섭외만 된다면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섭외 성공했다!!

이 장관급 인사는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아 주셨다.

장관급 인사 참석 소식에 회사 대표와 VIP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기조연설을 하러 연단에 올라간 모 장관급 인사님...

환영 인사를 하면서....갑자기 연단에서 내 이름을 외치신다.

OOO씨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섰다고...

처음 섭외 연락이 왔을 때 일정도 안 되고 그래서 거절을 했음에도

집요하게 OOO씨가 여러 번 연락을 해 왔다.

그 정성과 노력에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우와..........

우리 대표님께서 그만 이 말씀에 감동을 받으신 게 아닌가...

다음 날 간부회의에서...

OOO 대리(나)의 업무 추진력을 모든 직원이 본받아야 한다며 일장연설을 하셨단다.


그렇게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톡톡 튀는 일련의 이슈들로...

견제와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유명(?) 인사가 되고 말았다.


일만 잘하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견제와 질투쯤은 성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1등이 될 수 없다는 걸...

나는 그 이후 수많은 경험을 하고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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