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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an 04. 2023

라이언(Ryan)이 아니고  라이언(Lion)

인도네시아 항공사 라이언에어(Lion Air)

스펠링도 다르고, 발음도 다르지만 한글로 표기하려고 보니 동일하게 라이언으로 쓸 수 있다. 유럽의 유명 저가 항공사인 Ryan Air와 인도네시아의 주요 저가항공사인 Lion Air 말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가루다항공이다. 7시간 거리이다 보니 작은 사이즈의 항공기로는 운행이 어렵다고 한다. 가루다는 스카이팀이라서 대한항공과 같이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의 3 터미널을 사용하고 아시아나는 공사 중이 아닐 때는 2 터미널을 사용했었다. 인도네시아-한국노선에서는 세 항공사를 각각 이용해 봤는데 서비스에 별 차이는 없고 이용하는 승객들의 국적이 다를 뿐이다. 인도네시아 국내선은 가루다항공과 가루다의 자회사인 시티링크만 이용해 봤는데 인도네시아에 올 때쯤 Lion Air의 항공기 하나가 자바해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워낙 섬이 많은 국가이다 보니 저가항공사가 정말 많고, 종종 사고도 난다. 그러나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바다로 떨어졌던 대형사고이다 보니 뭔가 익숙하지 않은 항공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 이전의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과 에어 아시아의 추락사고를 연결 지어 생각하다 보니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몇 년째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그런 감각 무뎌졌다. 아내 역시 별 걱정 없이 발리행 Lion Air 티켓을 예매했다. 발리에서 족자까지의 일정에서는 어쨌든지 간에 라이언 에어를 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에 일정이 있었고 발리에도 만날 분들이 있어서 살고 있는 족자카르타에서 자카르타까지는 기차를 자카르타-발리, 그리고 발리-족자카르타는 라이언 에어를 예매했다. 가보지 않은 수카르노-하타공항의 2 터미널은 3 터미널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발리 덴파사르의 응우라라이(Ngurah Rai) 공항은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정돈되어 있었지만 꾸따비치의 상점들은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하지만 트럭을 바(Bar)로 개조해서 술을 마시면서 해변을 돌 수 있게 만든 차량은 백인여행객들을 가득 태우고 운행을 하며, 이곳이 여전히 꾸따(Kuta) 임을 관광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발리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항공기가 기수를 올려 한참 동안 덴파사르 상공을 돌았다. 자바섬을 거의 지나서 발리섬에 도착하기 전 기상상태가 안 좋아 멀미를 할 정도였는데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항공기의 궤적이 단순히 돌고 있다기엔 좀 많이 도는 거 같아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보잉의 결함으로 (거의) 밝혀졌지만, 어쨌든 이전에도 바닷물 속으로 낙하한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두 번째 착륙은 성공했는데 내리고 보니 발리공항의 바람이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항공사와 파일럿을 불신한 것에 대한 약간의 자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공을 한참 돌면서 보았던 발리 정말 아름다웠는데, 그 감탄은 착륙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긴장이 다 풀리고 나서야 그 만족감이 느껴졌던 것이다그러고 보니 인생도 그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함께 여행온 서너 살 꼬마들이 정말 예쁘다. 열 살 여덟 살인 나의 아이들에게서 볼 수 없는 귀여움이 있다. 우리 부부는 요 며칠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있었다. 문득 깨달아지는 바는, 예민해져 있어서 발리 상공에서 바라본 섬의 아름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서너 살이었을 때, 얼마나 예뻤는지, 그 사진을 많이 담아놓지 못한 것이, 늘 못내 아쉬웠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예쁠 때 아닌가? 발리 상공에서 바라본 섬의 그 멋진 모습처럼 말이다. 지친 상태로 내려다본 발리 상공의 모습을 아름답게 느끼고자 하는 노력이 내 인생의 구석구석에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니, 그저 멍하니 인생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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