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을 해봤다

첫 독립출판 소감

by 혜리


독립출판으로 책을 조금 만들었다. 혼자 힘으로는 자신이 없어서, 모 책방의 독립출판 워크숍을 들었다. 한 달만에 입고까지 완료하는 과정이었다. 막연히, 만만치 않겠구나 생각은 했다.


예상대로 첫 수업부터 과제가 빡셌다. 선생님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잠을 줄이셔야죠."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자신만만했다. 이미 원고가 다 있었으니까. 그걸 다듬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압박을 받는 일이 은근히 즐겁기까지 했다.



나는 내가 인디자인을 다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애초에 시간이 그렇게 별로 없는데 처음 다뤄보는 툴로 편집을 시도한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다른 디자인 툴을 다뤄봤기 때문에 인디자인에 원고를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았지만, 자잘한 부가기능을 모르는 상태에서 편집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더 쉽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도 당장 작업이 급해 뭘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워크숍을 듣는 한 달간은 평일에 세 시간씩 자 가면서 작업했다. 이제 내일 출근을 위해 자야지, 생각하면서도 이것까지만, 이것까지만 고치고 싶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핸드폰으로 원고를 얼마나 많이 검토했던가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결국 제때 입고도 했다. 맨 처음에는 취준생 때 쓴 일기와 여행기 두 개를 모두 작업하려 했는데, 원고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압박에 결국 여행기만 냈다. 사실 아직도 조금 불안하다. 막판에는 글을 읽으면서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검토를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책을 지인들에게 팔았다. 지인들은 소중한 만원을 흔쾌히 내주고 내 책을 '샀다'.


고맙고 부끄러웠다.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팔릴 일은 오히려 괜찮았는데, 나를 알고 지내 온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내가 쓴 글을 파는 일은 마음이 어려웠다. 처음엔 만원, 하고 가격을 말하는 일도 부끄러웠다. 글을 팔아 먹고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조금 깨닫게 됐다. 지인들에게 돈 받고 팔면서도 당당할 정도로 좋은 글을 쓰려면, 얼마나 더 공부가 필요한 건지.


좀더 개성있는 기획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들었다. 여행기는 무난하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때 내가 느낀 감동을 옮겨 둔 글에 대해서는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다. 그건 진짜였으니까.


그런데 만들면서 조금씩 후회가 밀려왔다. 좀더 강렬한 동기와 뾰족한 메세지를 담은 책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때 알았다. 내가 쓰며 살고 싶은 글은 에세이가 아니었다. 다음엔 아마도, 좀더 내 일상과 밀착해 있고 좀더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게 되지 않을까. 여행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 있지만, 내 삶의 뿌리에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는 따로 있을 터다.


이번 독립출판을 통해 (비록 50부짜리였지만!) 나는 조금은 더, 쓰는 사람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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