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함께 걷던 S선배가 돌연 속에서 뭔가를 터트리듯 외쳤다.
‘아, 그러니까 회사 좀 더 다녀라, ㅇㅇ아.’
겸연쩍게 웃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당장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퇴사 고민을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속 편한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된 사정은 약간 복잡하다.
나는 입사 후 처음으로 발령받은 팀을 떠난 후에야 S선배와 술자리를 함께하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내게 선배는 일 처리 합리적이고, 자기 주관 뚜렷하고, 그렇게 꼰대스럽지도 않은, 좋은 인생 선배였다. 퇴사를 생각하고 난 후 상담을 부탁할 사람으로 S선배를 떠올린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S선배는 내게 2년만 채울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 본인도 1년 N개월차에 회사를 그만둔 적이 참 많았는데, 새로운 회사에 갈 때 그게 경력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왜 이렇게 짧게 그만둔 적이 많아요?’라는 질문의 소지가 됐다는 것. 본인도 이제 누군가를 평가하는 위치가 됐지만, 그래도 이력서 첫 장에 2년 이상 회사생활을 했다는 얘기를 남겨두는 게 나름 의미가 있다는 것. 더럽고 치사해도 기성 세대에게 점수 따기에 그런 눈에 보이는 숫자가 꽤 유효하다는 것.
몇 사람을 더 만나 보고, 또 혼자 줄창 걸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기도 하고, 그러고 나서 결국 2년은 채우고 그만두기로 했다. S선배가 댄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독립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2년이 되는 시점까지는 회사원으로 있어야 했다. 의도치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S선배의 조언도 받아들인 셈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부서이동으로 첫 팀으로 돌아가게 됐다. 업무도 첫 팀에서 했던 업무를 그대로 맡았다. S선배와 다시 만나게 된 거다.
첫 팀에서 했던 업무를 다시 맡게 된 게 S선배와 팀장의 나름의 배려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선호도가 높고 중요한 업무였다. 나 역시 그 업무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중간에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느라 맥이 끊긴 내 커리어에도 어느 정도 연속성이 생기기도 했다.
퇴사 계획을 생각하면 나에 대한 선배들의 배려가 마음을 콕콕 찔렀다. S선배와 이야기하다 내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입을 다물곤 했다. S선배도 그 점을 눈치채지 못한 바 아니었을 터. 때때로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차였다.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퇴사를 확실히 결심했고, 아무리 회사에서 내 처지가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지만 맘 맞는 사람과 좋아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제법 괜찮다는 걸 안다. 무조건 두 달 전 정했던 타이밍에 퇴사를 감행하는 게 ‘흔들리지 않는’ 건지, 그냥 생각 없는 똥고집인 건지도 헷갈린다.
퇴사하기 정말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