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곡의 서사에서 엿보는 보통의 사랑이야기와 내가 매듭지은 결말
서사를 부여하여 팬들에게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를 주는 노래가 있다. 이제 7년 차 아이돌이 된 NCT DREAM의 ‘마지막 첫사랑’, ‘사랑이 좀 어려워’, ‘사랑은 또다시’라는 세 노래에서 그들이 노래하는 상대는 모두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노래에서 반복되는 표현들을 통해 알 수 있다.
2016년 평균 나이 만 15.6세로 데뷔한 엔시티 드림은 2021년 어느덧 모두 성인이 되었고, 아티스트의 가창력도 비주얼도 무대도 모두 성장이 눈에 띄는 그룹이다. 이들이 노래하는 사랑도 단연 성숙해진 성장을 엿볼 수 있는데, 엔시티 드림의 ‘첫사랑 3부작’에 담긴 그들의 성숙해진 사랑 이야기를 알아보자.
2016년 만 15.6세 당시 데뷔 무대 이후로 처음 내놓은 싱글이다. 전주가 흐르자마자 그에 맞춰서 추는 막내 지성의 독무로 눈길을 끌고, 사랑에 빠진 순간을 연상시키는 종소리와 함께 메인보컬 해찬의 ‘Oh Maybe maybe 이건 사랑일지도 몰라.’라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이 곁든 고백으로 노래는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걸고 말할게 두 번은 없어 넌 나의 마지막
Let’s talk about love, Let me talk about love, Yeah I’m talking about you
처음이라고 모르지 않아
클럽에서 춤을 꼭 추지 않아도 내 심장은 너와 춤을 추는걸
알딸딸한 게 뭔지 난 아직 모르지만 너에게 취한 것 같아
한국 나이로 맏형 19세, 막내 16세로 이루어진 ‘새파랗게’ 어린 그룹이 요즘 같은 장수시대에 패기롭게 첫사랑을 보고 남은 인생을 걸고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 고백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대충 100세 인생이라 쳐도 20년도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최소 80년 이상은 걸고 말하는 패기란. 아직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 연합팀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클럽에서 춤을 꼭 추지 않아도’ ‘알딸딸한 게 뭔지 난 아직 모르지만’ 등의 세부내용도 귀여운 하이틴 감성을 뒷받침해준다. 발랄한 노래에 안무 수준도 상당한데, 사랑이 피어나듯이 꽃이 피어나는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한 우리 드림이들에게 박수를. 그렇게 많은 인생을 걸 정도로 사랑에 푹 빠졌나 보다. 사랑밖에 안 보였나 보다.
인생을 걸고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말한 어제
추억이야 그런 시간들은 다 지나갔어 다
너에게 빠져서 오로지 직진밖에 몰랐지
네가 해줬던 말 내가 해줬던 말 다 기억하기에는 난 아직은 좀 어려워
사랑을 알기엔 너무 작았었던 나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풀리지가 않아 왜 나 그때는 참 어렸어
“Love 오직 너뿐야~”라고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번에도 달달한 사랑노래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주지만,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인생을 걸고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말한 어제’라며 지난날의 자신을 회상한다. 어제라는 말에 첫사랑이 마지막이 될 거라 확신하던 생생하던 일이 과거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사랑이 좀 어렵다며, 눈이 반짝이는 설렘보다 근심이 앞서 보인다. 순수했던 my first and last는 지나갔다며 부제에 last라는 단어는 어느새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첫사랑에게 안녕을 고한다.
조금은 철없고 이기적인 모습도 보인다. 나는 대놓고 변했고, 왜 대놓고 말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하냐며 상대방을 보채기도 하고, 어린 맘을 들키기가 싫었다며 미성숙한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불과 2년 전을 회상하며 아직도 어린 드림이들은 ‘난 그땐 참 어렸어.’라고 ‘라떼는~’을 시전한다. 밝은 트럼펫 소리는 현재 진행형이 아닌 지난날의 사랑의 향연을 회상하는 것처럼 들려 왠지 슬픔이 가미된다.
'이건 사랑일지도 몰라'라며 한껏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던 해찬은 3년 후 보다 성숙한 목소리로 무르익은 R&B 비트에 '큰일이 난 것 같아'라며 곡을 시작한다.
어려워 좀 아직 그랬던 내가 너를 본 순간 흔들리는 건 왤까
겁이 나지만 네가 좋아 난
네가 하는 말 이젠 조금 알 것 같지
기억들이 삭제됐나 아팠던 게 기억도 안 나
너에게 취하는 건 알딸딸한 기분과 달라 몸이 가벼워
잠시 네가 곁에 없던 짧은 그 시간 필요했던 거야 이 결말을 위해 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말해 hey my first and last
3년 전 알딸딸한 기분이 뭔지 몰랐던 소년들은 이제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성인이 되어 ‘너에게 취하는 건 알딸딸한 기분과 달라 몸이 가벼워.’라며 사랑에 대한 묘사를 한 발 앞서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노래 제목이 <사랑은 또다시>인 만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하나, 가사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첫사랑>에서는 ‘넌 나의 마지막 첫사랑’이라는 꽂혀버린 문구를 잊어버릴 틈새 없이 반복하고, <사랑이 좀 어려워>에서도 어린 투정을 부리며 사랑이 좀 어렵다며 투정을 반복하지만, ‘사랑’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도 사랑에 대해 충분히 묘사할 수 있는 모습에 그들의 성숙해진 성장이 보인다.
사랑이 어렵다며 회피했던 지난날로부터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아팠던 날들이 무색할 만큼 다시 설레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기억들이 삭제됐나~’라며 시치미를 뗀다. 이 아팠던 시간은 지금을 위한 시간들이었다며 아픔 후 더욱 성숙한 발돋움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매체에 노출되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눈에 보이는 성장을 이뤄나가면서 그들의 분야에서도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 당당히 케이팝을 대표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엔시티 드림. 무대에서 너무도 빛나는 그들이지만, 사랑 이야기만은 우리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설렘에 눈이 멀어 다 제쳐두고 사랑에 직진하기도 하고,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기도 하고, 뒤늦게 사랑의 아픔을 또 제치고 사랑에 다시 빠지는 알면서도 저지르는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드림이들의 끝날 듯 끝나지 않은 ‘First and Last’와의 마지막 결말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3부작의 마지막 <사랑은 또다시>에서는 '기억들이 삭제됐나'라며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그 후의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은 채 마무리되어 열린 결말로 남아있다.
내가 이 3부작을 완전히 매듭짓는 특별 편의 노랫말을 지을 수 있는 작사가가 된다면, 이 첫사랑이 'Last'가 되는 결말 대신 좋은 추억으로 매듭짓고 싶다. 설렘에 눈이 멀어 패기롭게 사랑을 외치던 날도, 불타오를 줄만 알았던 감정이 식어 자존심 상했던 날도, 후폭풍이 와 아팠고 식었던 나날은 잊은 채 과거를 그리워하며 되돌아가던 날도, 나의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끄집어내 준 건 다름 아닌 너였고, 그때의 미숙했고 서툴렀던 나를 보듬어주고, 함께해주고, 많은 추억을 함께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첫사랑이 되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다른 좋은 사랑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닿지 않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 첫사랑이 결국 이어지지 않아 슬픈 엔딩이라 느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게 더 현실적이고, 결국엔 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엔시티 드림의 첫사랑 시리즈’를 열린 결말로 남겨놓은 건 아닐까.
그들의 첫사랑 3부작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났고,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우리의 계절>에서 지난 사랑을 회상하기도 하고, <지금처럼만>에서는 지금처럼만 익숙해진 게 좋다며 있어달라고 달달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ANL>에서의 달달한 연인 간의 고백은 덤으로, 사랑에 대한 20대 초반만의 싱그러운 생생한 표현들을 다양하게 선사한다. 어엿한 성인이 된 그들의 다음 사랑 표현은 어떨까 또한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