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더 몰입하게 만든 OST들
OST가 흥행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주인공들의 감정의 기폭제가 되는 OST, OST와 별개로 가창, 멜로디, 등의 노래 자체로 봤을 때 대중에게 '좋게' 들리는 OST. 전자의 예시로는 < 스카이캐슬 >의 OST였던 'We All Lie', 후자의 예시로는 < 호텔 델루나 >의 OST들, '마음을 드려요', '그대라는 시' 등을 들 수 있다. < 그 해 우리는 >에 삽입된 OST들은 위 두 요인을 모두 갖추었다.
SBS 로맨스코미디 드라마 < 그 해 우리는 >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TOP 10 순위에 최상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화제성도 꽤나 좋다. 특유의 풋풋함이 있고, 감정선을 굉장히 섬세하게 다루고,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며 두 주연배우의 연기합과 비주얼합도 모두 뛰어나다.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있어도 악역은 없어 시청자의 마음도 편하다.
드라마 자체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그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건 그 해 우리는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는 OST들이다. 그 해 우리는에 사용된 OST의 가사들은 주인공들의 상황과 유난히 찰떡처럼 맞아 떨어진다. 음악적 전개로도 뻔하지 않고, 가창하는 가수도 곡을 유난히 잘 살린다. 드라마 내에 모든 OST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즐겨 듣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5개의 OST들을 추렸다.
10cm - 서랍
그저 호기심에 시청을 시작했던 드라마였는데, 방심하고 멍하니 드라마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다 국연수가 보고 있던 고오 작가의 인터뷰가 클로즈업되면서 노래가 흘러나왔던 순간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많은 게 변했다 해 너는 그대로인걸 You feel the same'과 함께 나왔던 고오의 인터뷰는 건물만 그리는 이유를 언급하며 사람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 대상을 그려낸다고 말한다.
변하지 않는 대상을 그리기 때문에 건물을 그리는 (알고 보니 웅이었던) 고오 작가의 말엔 영원할 것 같던 연수와의 사랑이 끝나고 상처를 받았던 그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연수는 고오의 실체가 옛 연인인 최웅임을 직감하기도 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듯한 연수의 표정에 '서랍'이 삽입되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자아냈다. 최웅의 인터뷰 내용과 일치하는 가사를 내보낸 섬세한 연출을 캐치한 후 그 해 우리는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비비 -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 그 해 우리는 >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가사가 담겼다. R&B 싱어송라이터 비비가 부른 노래인데, 그루비하고 관능적인 본인의 활동곡 스타일이 아닌데도 음색이 너무나도 잘 녹아든 곡이다. 진득하게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에 연인으로 보냈던 두 사람이 헤어지고 새로운 직업을 가진 채 5년 만에 재회하고 그들의 서사를 풀어나간다.
노래 제목이 '우리가 헤어져아 했던 이유'이지만 정작 노래 내에서 헤어져야 했던 이유가 노래에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자세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를 주요 목적어로 삼아 '우리가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도 안아줄 수 있을까'라고 노래한다. '다른 기억의 조각들, 꼭 닮은 그리움의 마음들'이라는 가사는 오해로 인해 서로 다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리워했다는 사실 자체는 일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다.
구성 면에서 브릿지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속 이어지는 멜로디에서 한층 높여 무드를 전환한다. '눈을 뜨면 혹시 니가 서 있을까' 상상하는 노래 속 언급이 마치 연수를 나중에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를 수없이 재현하고, 결국 구현해 낸 웅의 모습과 또다시 겹쳐보인다.
뷔 - Christmas Tree
제목만 보고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캐롤인 줄 알았는데, 1년 내내 듣기 좋은 잔잔한 OST이다. 뷔는 공기가 많이 섞인 창법으로 담담하게 노래한다. 극 중 최웅이 작업할 때 항상 틀어놓는 노래이다. 최웅의 영감이 되는 곡이기도 하면서, 웅과 연수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곡이기도 한다. 뷔와 최우식이 실제로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도 재밌는 포인트다.
1화부터 최웅이 작업 중 LP로 재생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드라마에는 일찌감치 등장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12월 24일에 공개된 곡이다. 매력적인 중저음 음색을 가진 뷔의 OST는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와 같은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언덕나무 - 이승윤
싱어게인 우승자 이승윤의 목소리가 담긴 따뜻하고도 쓸쓸한 곡이다. 홀로 있는 나무에 대해 그리는 이 노래는 웅과 연수가 외딴 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처음 등장했다. 무반주로 이승윤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언덕나무'는 극에서의 등장부터 큰 임팩트를 남겼다. 서로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웅과 연수는 그들의 감정에 충실한 채 입을 맞추게 되는데, 갑자기 비가 올 때 언덕에서의 그림은 OST와 시너지를 내 아름다운 장면을 완성했다.
이 노래도 브릿지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너의 이름이 내게 들리면 또다시 내 하룬 너에게 치여 살 것 같아서 두려워'라는 구절이 꼭 주인공들의 서로를 향한 마음처럼 들린다.
Why (Prod. by 남혜승)
매력적이고 발랄한 여성 보컬 자넷 서의 가창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을 표현했다. 보통 최웅과 국연수의 학창 시절을 나타내거나, 최웅과 엔제이와의 발랄한 에피소드를 그릴 때 사용된다. 똥똥거리는 배경음이 설렘을 가미하기 충분하다. 티격태격하는 웅과 연수의 케미가 살아날 때, 엔제이가 최웅을 만날 생각을 하면서 두근거릴 때 모두 삽입되면서 좋은 감정의 기폭제가 되어준다.
'Someday we'll miss the days we had'으로 시작하는 구절이 드라마 내에 많이 삽입되는데, 이 구절 또한 웅과 연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현재의 모습과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