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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Dec 10. 2021

AI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인공지능의 예술적 한계

창작이 가능한 인간, 모방과 재구성만이 가능한 인공지능

 아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 용어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등장하여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1) 이 여파로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실업 대책 논의가 열리는 등 전 지구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정말로 사람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일까? 특히 미적 작품을 형성하는 예술이나 문화와 같은 창조성이 필요한 부문에서도 로봇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갖는 움직임이 존재했다. 일례로 2016년 7월, 일본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광고 대결이 펼쳐졌다.2) 공정성을 위해 무엇이 인공지능이 만든 광고인 지 밝히지 않은 투표에서 결과는 인간의 승리였으나, 인공지능이 제작한 광고는 46%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공립대학의 ‘AI 소설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은 일본에서 SF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하였다.3)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해당 작품이 인공지능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마젠타’는 그림을 창작하고 음악을 작곡하는 등 사람의 고유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예술 창작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4)

 이처럼 현재 다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공지능의 활약을 보았을 때, 이들이 단순한 산업 분야를 넘어 창조성이 요구되는 예술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때문에 인공지능의 예술 가능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인공지능과 예술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인공 지능의 예술 가능성을 논의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원리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사례로 든 세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기존에 있던 예술 작품의 패턴을 데이터화하여 주어진 맥락에서 제시될 확률이 높은 데이터를 연결해 붙인 것’이라는 점이다.5) 즉, 이들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예술품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상은 기존의 창작물을 모방하여 확률적으로 재구성한 것일 뿐이다.

 물론 모방 또한 예술의 일종임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방하기에 그치는 이를 보고 ‘예술가’라 칭하지 않듯, 모방이 새로운 창조로 연결되지 않는 이들을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예술이 지금껏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평가받으며 다른 분야와 특히 구별되었던 이유는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예로 들자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기존의 ‘블루스’ 장르를 본 따 새로운 블루스 음악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19세기 말 미국의 흑인들이 블루스라는 장르를 창조했던 것처럼6)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이 진정한 예술을 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다. 이들이 인간의 예술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예술이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이 명확하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카이스트, 서울대 등 국내 인공지능 로봇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업의 60%가 10년 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7) 그러나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감성ㆍ창의성ㆍ예술성과 연관된 문화 및 예술 관련 종사자는 인공지능ㆍ로봇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로봇이 예술 범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그 한계를 보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로봇의 예술 활동은 지금도 세계 각 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작품의 모방을 넘어 새로운 예술의 창출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은 예술 부문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 해당 글은 2018년 1월 작성되었습니다. 글을 처분하기가 아쉬워 브런치에 재업로드하였습니다.




<참고 및 인용 자료>


1) [네이버 지식백과] 제4차 산업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第4次産業革命]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 2018.01.16

[네이버 지식백과] 4차 산업혁명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 2018.01.16

2) 검색부터 광고까지…확대되는 인공지능, <더피알>, 2017.01.03

3) 인공지능이 쓴 문학 소설, 전문을 읽어보니…, <팩트올>, 2016.03.23

4) 음악에서 미술까지, 예술하는 인공지능(AI) … 구글 ‘마젠타 프로젝트’, <브릿지경제>, 2017.06.22

5) ‘AI 소설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쓰바라 진(松原仁) 공립하코다테미래대 교수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인공지능은 ‘누가’ ‘언제’ ‘어디서’와 같은 6하 원칙의 구성에 적절한 단어와 형용사를 조합하여 집어넣는 방식으로 소설을 창작한다. 한국정보문화콘텐츠기술원에 따르면, 마젠타가 작곡을 하는 원리는 음악을 분석해 박자, 음정 등을 데이터화해서 그 요소들을 다시 조합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이 제작한 광고의 경우 현존하는 광고에서 키워드와 소재, 맥락과 소비자 반응 등을 수집하고 이를 적절히 조합하여 광고를 제작한다고 한다.

6) [네이버 지식백과] 블루스 [Blues] (두산백과) , 2018.01.16

7) 2018정시 학과선택, “10년뒤 인공지능 시대…창의ㆍ예술성 중요”, <인천일보>,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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