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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성화 청년사마을, 에이제로그룹 절반의 성공

일본 오카야마현, 니시아와쿠라 에이제로그룹(AZERO Group)

by 엄상용

일본 오카야마현의 산골 마을 니시아와쿠라.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이 작은 마을은 한때 소멸 위기마저 거론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지역 활성화’의 교과서로 불린다. 그 중심에 선 기업이 바로 에이제로그룹(AZERO Group)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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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는데 일본 지역활성화를 이용하여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에이제로그룹(A-zero Group)이 있다고 한다. 웹사이트를 열어보니 흥미로운 회사다. 그래서 연휴를 이용해서 다녀오기로 하고 연락을 해봤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주말에 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냥 가서 구경하겠다고 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급히 연락이 왔다. 이 회사의 대표인 마키다이스케 牧 大介씨가 사무실로 나오겠다고 한다.


행정으로는 오카야마켄이지만 고베나 히메지시에서 더 가깝고 왕래도 더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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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로그룹의 시작은 단순했다. 한 컨설턴트가 니시아와쿠라 촌과 함께 숲의 자원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작은 움직임이 ‘니시아와쿠라·숲의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행정과 민간이 협력해 시작한 이 실험은 점차 확장되어 목재 사업, 로컬벤처 육성, 복지, 연수 프로그램으로 다각화됐다. 현재 직원과 협력 인력을 포함한 규모는 170명. 단순한 소셜 벤처를 넘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짜는 허브로 자리 잡았다.


마키다이스케 牧 大介 사장의 얘기는 ‘10년전 본인이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역활성화 사업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이 지역에 수십 명이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 나의 경우 지역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과연 이게 사업으로 연결이 될까가 늘 염려였는데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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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사업 구조다. 2024년 기준 매출 비중은 목재 사업이 3억5천만 엔으로 가장 크지만, 단순히 수익 창출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의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며 동시에 로컬 벤처 스쿨을 통해 창업가를 발굴·육성한다. 이 학교를 통해 지금까지 약 15개의 기업이 탄생했고, 그 영향으로 마을 내 기업 수는 50여 개로 늘었다. 과소 지역에서 이런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실제로 일본 미쯔비시 사원 프로그램으로 목재학교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일본은 산이 많아 나무 자원이 풍부하다. 기업과 연계하여 목재학교를 운영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에이제로의 모델은 일본 정부의 ‘지역가꾸기 협력대 제도’와도 맞닿아 있다. 이 제도는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젊은 인재를 유입해 창업과 이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에이제로는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국가의 지원을 ‘보조금’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즉 니시아와구라손이 아닌 중앙정부의 보조금 사업으로 시작을 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하나의 비즈니스 그룹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역 활성화 사업은 언제나 ‘성공의 정의’가 모호하다. 기업 유치가 곧 지역의 활력으로 직결되는지, 청년 창업이 마을 공동체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뒤따른다. 에이제로 역시 경쟁사보다는 ‘모방 불가능한 복합 모델’을 추구하며 나름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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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아와구라에 들어서면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바로 앞에 건물이 있다. 거대한 비닐하우슨 딸기를 재배하는 곳이며 그 앞의 건물은 카페와 목재 교실 작업장이 있다. 지산지소, 지역에서 생산한 산품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구호처럼 딸기를 재배하여 딸기를 이용한 음료를 만들어 팔고 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가벼운 식사도 되고 목재교실도 참여하고 딸기쥬스도 마시고 디저트도 즐기고.. 그야말로 시골 한가운데의 휴게실과 자연학습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지방 소멸 위기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농촌은 비어가고, 청년들은 도시로 떠난다. 에이제로의 실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 자원의 발굴, 행정과 민간의 유연한 협력,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둔 창업 생태계. 이 세 요소가 맞물릴 때만이 진짜 지역 재생이 가능하다. 특히 젊은 층을 흡수하는 마력을 펼쳐 마침내 이 지역에는 이주민이 60명 이상 늘어 또 하나의 모범 사례로 얼마전 오카야마 TV의 특별프로그램으로 소개되었다.


지방의 위기는 거대한 담론처럼 들리지만, 변화를 만드는 시작은 언제나 작은 불씨에서 비롯된다. 에이제로그룹의 사례는 그 불씨가 어떻게 하나의 불꽃으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한국의 어느 마을에서 이 불씨가 피어날 차례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젊은이들이 지역으로 들어와서 지역의 비즈니스를 창출, 생활이 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야 말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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