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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Aug 08. 2022

[회사생활백서 #31]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만든 것일까

자연스러움은 없는 것일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의 제목을 가져왔다. 뭐, 나보다 이런 심리학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이 쓴 책이니, 범고래의 행동에서 그들의 장점을 파악한 후, 먹이를 주고 안 주고를 조련하면 자연을 벗 삼아 살던 범고래도 조련이 가능하다는 얘기, 즉 사람 간에도 이런 칭찬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골자이다. 


내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모 대리가 나에게, [신입사원에게 좀 너무 하시는 거 같아요. 잘할 땐 잘한다도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요?]라고 술자리에서 한번 성을 낸 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잘할 땐 잘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주변에서 보는 눈은 그러지 않았었나 보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주는 직원들이 고맙다.


하지만, 그렇게 부하 사원들을 조련 <?>을 하는 데 있어서, 나의 체력 소비도 사실 만만치 않다. 그들을 교육시켜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그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감정소비가 너무 많다. 또, 잘 따라와 주는 것인지, 아니면 따라와 주는 척을 하는 것인지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군대나 계급사회처럼 상명하복이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 곳이면 모르겠지만, 그런 거 이런 거 다 무시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건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딱딱 일처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업무에 대해, 내가 앞으로 어떤 지시를 할 것인지, 그것조차도 전부 정리해 놓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직원들을 보면, [역시...]라고 탄성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그들이 매사에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히 처리할 때, 비로소 그 팀 안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명확하다. 이건 사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야근까지 해야 하는 업무를 아니다. 일종의 센스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와는 반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집어줘야 하는 경우가 사실 더 많다. 요즘 들어 부쩍, [팀장님.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오거나, 심지어는 [팀장님. 이거 거래처에 보낼 메일인데 한번 체크 좀 해주세요]하는 직원들도 있다. 모든 일에 양면이 있어, 좋게 생각하면 좋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쁘지만, 모든 일을 팀장인 나의 권한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 회사 내의 좋은 생태계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에게 충분한 자유권을 주고, 그들의 책임하에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하나하나 가르쳐주기에도 나는 많이 피곤하다. 


그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뭐 하나 잘했을 때 칭찬해주고 하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나의 칭찬 방법이 틀렸는지, 사람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하나하나 말해주는 것을 충고가 아닌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짜증 섞인 표정을 보이기 쉽다. 눈에 보인다.


진짜... 월급명세서에 팀장 직책수당을 애잔히 바라보며, 내가 이러려고 팀장이 됐나... 아니, 그냥 내 일하다가 정시에 퇴근하고 싶은데, 왜 나를 팀장을 시켜가지고..... 하는 볼맨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요즘 같으면 팀장이고 임원이고 그냥 맘 편히 회사에 다니고 싶은 마음뿐이다. 


*PS : 어떻게 하면, 부하직원들과 마음 놓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모처럼만에 회식을 갔다. 시끌벅적한 술집도 아니고, 나름 센스 <?> 있는 조용하고 품위 있는 곳으로 말이다. 내 옆 부서의 팀장과 나는 따로 자리에 앉아, '김 팀장. 언제 갈까? 우리가 빠져주어야 더 편하지 않을까?'를 말하고 있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블라인드를 펼친 나.."팀장들이 눈치도 없어. 안 가고 뭐 하는 거야?"라는 투고가 눈에 보인다. 그래도 요즘은 그러려니 한다. 예전 같으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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