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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Jun 17. 2022

40대의 눈물

왜, 울음을 참지 못하나.

특별히 우울한 날도 아니었다. 


차 안에서 무심코 나온 이승환 님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에 울컥 눈물이 났다. 내가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형이 요즘 좋은 가수가 있다고 하면서, 같이 레코드점에 가서 이승환 1집 테이프를 샀었다. 지금은 동안으로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노안으로 보였던 이승환 님의 노래는 아직도 내가 즐겨 듣는 노래이다. 또한, 형이 사고로 돌아가신 1995년 그해 여름 초입에, 이승환은 천일동안이라는 노래를 냈고, 나는 차 안에서 형의 사진을 안은채, 그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그래서 일 것이다. 그래서 텅 빈 마음이란 곡을 듣는 내내, 나는 차 안에서 계속 울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슬픈 노래만 나와도 왠지 감정이 이입이 잘되고, 따라 부르다 보면 평소 알지 못한 가사의 속뜻이 와닿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박효신 님의 노래를 부르다 보면, 중간중간에 울컥해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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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회식이 많다. 코로나도 어느 정도 무덤덤해지자 너도나도 출장에 회식을 많이 잡는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즐거운 자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별로 나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접대용 회식도 있다. 


어제는 딱 그런 날이었다. 

아직 밖이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술잔이 돌기 시작하고, 다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 분위기가 좋아지자, 한 사람이 폭탄주인 소백산맥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평소에 잘 취하지 않는 나도 뭔가 취기가 상당히 올라옴을 느낀다. 귀가 먹먹해진다.


사실 이럴 때는 숙취음료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나 하여 상용으로 가지고 간 여명808을 마시자마자, 오히려 속에서 역한 기운이 올라와, 화장실로 달려가 엄청나게 게워낸다.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문을 잡고 나와, 손과 입을 헹구며 바라본 거울에, 얼굴, 눈 할 거 없이 뻘겋게 올라온, 웬 정신없는 아저씨가 보인다. 긴 한숨을 내뱉는다. 지금 뭐 하는 건가... 하고 말이다.


거래처의 사람들과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나도 TAXI를 부르려던 차에, 그런 가운데서도 오늘 이 집에서 먹은 돼지갈비가 무척 맛있는 거다. 이미 몸은 주체할 수 없었고,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다시 카운터로 가서 포장을 부탁한다.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몸은 이미 택시조차 부를 수 없는 상태다. 이러다 택시에서 토하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에 택시를 부르지 못하고 좀 걷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낯선 동네를 걷다가, 그 동네 어귀의 작은 텃밭 돌무덩이에 앉았다. 그리고 아내한테 전화를 한다. 술취한 사람과 대화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애들 줄려고 고기를 샀어"라고 하는 순간에 엄청나게 울었다. 왜 운 걸까. 왜 그렇게 뭐가 서러웠던 걸까.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고기를 사는 내 모습이 처량했던 걸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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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건지,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난다. TV를 보다가도 문득 슬픈 장면에서 눈물이 나고,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암으로 힘들게 투병하는 사람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무심코 아침에 본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할머니가, 가던 길에서 멈찟 멈춰 눈을 닦는 장면에서 나는 운다.


세상을 모를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또는 뭔가 어른으로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이상한 자존심이 발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지금의 40대의 감성이 가장 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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