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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Nov 24. 2022

퇴직을 준비하다

마음가짐의 변화

우연한 기회였다. 

그쪽은 적임자를 찾고 있다고 했고, 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력서도 보냈다. 


이력서를 보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한줄 한줄, 이 회사를 들어오면서 가진 초심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뭔가 세월의 무수함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런 글들이 하나하나 적혀져갔다. 어렸던 나의 모습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고, 이제 사회생활 20년을 막 넘어가는 그런 느낌의 중년의 남자만 그려져있을 뿐이다.


써보니, 딱히 쓸게 없었다. 내가 뭔가 엄청난 자격증이 있다거나, 요즘 프로그램 개발자처럼 무얼 개발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내 나름대로는 지금 업계에서 꽤나 정평이 나있다고 자부하면서, 그런 기분에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그도 그럴께, 한 분야에서 20년정도 있으면, 대충 돌아가는 사정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도 그런 부류중 하나일 뿐, 특출난 것은 없다. 토익을 다시 봐야하나......HSK를 보겠다고 미뤘는데, 조만간 봐야하나....이런 생각들 뿐이다. 


나를 뽑고자 했던 사람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접근해 왔다. 지금의 회사가 알면 안되는 것이며, 다들 알음알음 알고 있는 이 세계에 소문이 퍼지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신신당부를 했지만, 오히려 그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해 주었다. 나도 그사람도 회사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것, 근무시간에는 전화나 연락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지난주에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을 많이 하니, 꿈에서도 보이더라. 사실 내가 있는 이 회사에서 나는 정년까지 좋은 연봉을 받으면서 다닐 수 있다. 아마도 그럴꺼다. 큰 위기만 없다면 말이다. 나도 왕년에는 여러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었고, 나름의 이유를 들어 떨쳐냈던 일들이 있었다. 근데 왜 지금인가. 


지금 아니면 안될것 같아서 그랬다. 변화를 주기에 지금이 딱 적기였다. 지금을 넘어서면 더 이상 나에게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조바심이 났을 수도 있다.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사실 뭐라고 답하진 못하겠다.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이곳에서 하던일을 그대로 저곳으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이러한 두려움이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져 없어지겠지만, 그게 아니다. 지금 나는 영업관리에 있지만, 저쪽으로 가면 구매관리나 기획을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당장 잘 할 자신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해야하는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보다 연봉 및 복리후생은 월등히 좋다. 연봉은 기대안했다. 그쪽 회사의 수준을 알고 있기에, 지금의 내 연봉으로 말을 한다면, 뭔가 이례적인 협상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직을 원하는 놈이, 상대회사의 사정도 이해해주는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다. 다만, 가족에 대한 배려도 나를 이끄는 하나의 큰 사탕이라는 것이 부정하지 않겠다. 집에 아이들 학교까지 혜택이 많다. 그럼 나는 별말없이 가야하는 것인가.


이제 그곳과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하는데, 고민이 너무 많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지금 회사다. 그래, 내가 써왔던 글처럼, 이 회사에 미련따위는 없이, 그냥 내가 나갈 시기에 안녕히계세요 하고 한손에 삼선쓰레빠들고 나오면 된다. 난 더 이상, 이 곳 강남을 올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잡지 않을까? 잡으면 어떻하지? 또 안잡으면 서운할까? 보낼때, 다들 잘되라 축하해주면서 보내주면 좋을텐데....별에 별 생각이 다든다. 


지금의 내 심리상태를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지만, 뭔가 어긋난다면 안갈 수도 있다. 나는 그 담당자에게 그랬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던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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