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정서의확장구축이론 공부정서 긍정심리 청소년
안녕하세요, 며칠째 차고 날카로운 바람이 기세 등등 한 겨울날입니다. 찬 바람이라는 확실한 핑계가 있으니 마음 놓고 움츠러들기도, 불평을 하기도, 싫어하기도 좋은 날입니다.
그래도 한번 좋아하는 걸 떠올려볼까요. 게임, 쇼핑, 축구, 만들기, 드라마 보기, 잠자기, 숨쉬기, 놀기, 떡볶이 먹기, 불닭볶음면에 삼김. 좋아하는 건 지면이 부족하네요. 게다가 장르가 다양합니다. 여기엔 승부의 세계가 아니잖아요. 못해도 돼요. 부담이 없어요. 문턱도 낮고, 나는 여기서 많이 웃어요. 재미가 전부인 세상이죠. 그러다 보니 어쩜 놀 때마다 새롭게 즐거울까요. 참 신기하죠. 어제는 불닭볶음면에 뚱바를 마셨는데, 오늘은 딸기우유? 하며 새로운 걸 계속 엮어보고 시도해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뭐 맛없으면 어때요. 내일 또다시 뚱바 먹으면 되잖아요. 재미있으면 장땡이에요.
좋은 걸 생각하니 끝이 없죠. 수다쟁이가 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긍정정서의 확장과 구축이론으로 긍정정서의 역할을 증명했습니다. 즐거움, 기쁨, 사랑, 편안함, 흥미와 같은 긍정정서(positive emotion)는 멀리 보고 넓게 보게 해 줍니다. 큰 그림을 보게 하는 거죠. 풀 하나,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숲을 보게 하죠. 미로에 놓였을 때 눈앞의 벽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그 벽에 손을 짚고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거죠. 큰 그림을 보면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해 줘요.
시야가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집니다. 이해심과 너그러움이 생겨나요. 실제,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같은 말도 기분이 좋을 땐 전체적인 상황에서 괜찮아요. 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 들으면 말 꼬투리 하나하나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같아요. 부정정서는 문제를 좁고 세세하게 살피게 하는 반면, 긍정정서는 넓고 크게 보게 하는 거죠.
또한 긍정정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음, 생각, 행동 방법의 가능성을 늘려줍니다. 문제 앞에서 새로운 방법들을 떠올려내요. 놀이할 때 우리는 공으로 해볼까? 편을 나눠볼까? 오늘은 편을 어떻게 나눠볼까? 가위바위보를 할까? 하며 여러 방법을 떠올리죠. 수업 때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몸은 어떻게 체온조절을 할까? 하는 프로젝트라면, 체육시간에 뛰어서 땀이 났던 일, 과학 시간에 배운 소변 생성까지 레이더를 세워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내 눈앞의 과제에 내 지식과 경험을 다 끌어와 연결시키죠. 수학 문제를 풀 때, 한 가지 방법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도 떠올려주게 하는 것도 긍정정서가 해주는 역할입니다.
긍정정서가 대단히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알죠? 인생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방법, 여러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더 많은 경로, 정보를 아는 사람이 덜 좌절하고, 상황을 좀 더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고, 이게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되지 하고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당연히 좌절 앞에 훨씬 유리하죠. 이때 우리의 경험은 모두 내 안에 남아 필요한 순간 힘이 되어줍니다. 어렵다고 느낀 순간, 긍정정서는 우리가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을 끄집어내어 짠! 하고 펼쳐주고, 연결해줍니다. 나만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은 이렇게 옵니다.
뿐만 아니라 내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에 도움이 돼요. 일단,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스트레스는 공부난이도에 비해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느끼는 부정정서잖아요. 이때 여러 방법이 생각나면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지 하고 여기죠. 당연히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고, 실제 면역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앞서 예를 들었죠. 기분이 좋으면, 너그러워져요.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그러다 보면 양보하고, 배려하고, 경청하면서 내 주변에 좋은 관계가 생겨요. 좋은 친구, 부모님이 주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행복을 정말 인생의 자원이잖아요. 긍정정서 덕분에 몸도, 마음도, 관계도 좋아지면 어때요? 다시 기분이 좋아요. 정말 아름다운 순환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라고요? 그 말의 이면에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하며 실눈으로 답답해하는 표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공부, 일, 숙제, 시험은 당연히 불안, 지루함,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일인데, 긍정정서라니요.
그런데, 당연한 게 늘 이로울까요? 공부가, 해야 할 일이 늘 우리를 괴롭히기만 했을까요? 무엇보다, 공부할 때 부정정서를 느끼는 게 나에게 유리할까요?
아니라면, 자동적인 사고에 브레이크를 거는 용기를 권유합니다. 생각의 창을 새로이 낼 때, 나는 울창해지니까요.
실제 성취상황에서 학생은 3가지 정서를 느낀다고 해요. 지루함, 불안, 그리고 즐거움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아하모먼트를 만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공부하는 내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잖아요. 솔직히 공부의 순간 우리는 한 발은 부정정서에, 한 발은 긍정정서를 딛고 있습니다. 우린 부정정서를 더 강렬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뿌듯하고 보람찼던 순간이 모호해진 거죠. 또는 주변에서 싫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생각일 수 있어요.
잘 기억해 보세요. 공부가 내게 준 보람의 순간을. 배움의 기쁨을. 성취한 내가 뿌듯했던 경험을. 그렇게 배움의 순간 경험했던 긍정정서를 수집해 주세요. 그 마음을 내 오늘의 공부를 위한 준비물로 가져와주세요.
혹시 책상 앞에서 마음이 좁아질 대로 좁아져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을 때, 가방에서 그 마음을 꺼내봅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아주 잠깐의 환기를 허락해 주세요.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끝까지 듣거나,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을 입안에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좁아진 마음의 틈 사이로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야"라는 낙관이 슬며시 고개를 들지도 몰라요.
공부는 참 어렵잖아요. 게다가 참 굴욕적인 과정입니다. 배운다는 건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건, 배우면서 우리는 더 나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배움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을 열게 하고, 꿈꾸게 해 주기 때문일 거예요.
배움 앞에 긍정정서를 데려와보길 바랍니다. 닳아진 지우개를 볼 때, 다 쓴 샤프심과 볼펜을 교체할 때, 다 푼 문제집과 연습장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그건 우리가 오늘 하루만큼 더 나아지려 애썼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증거니까요. 이 뿌듯함이 힘든 과정에서도 우리가 꾸는 꿈길을 잔잔하게 반짝여주고, 힘든 어깨를 살살 주물러줄 겁니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