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어.
너도 느끼겠지 사람들이 너를 덜 찾기 시작했으니.
너의 기분은 어떨까. 서운할까 아니면 초연하게 다시 일년을 기다릴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번 여름은 유난히 아쉽더라.
여름을 채워줬던 것들을 나열하다 네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
아마 너를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때였을거야.
할머니댁에서 너를 처음 만났는데, 어린애가 콩국수먹을줄도 안다면서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있다.
여름에만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부터,
너는 내 여름의 한 조각이 되었어.
어찌보면 인생은 사계절의 반복인 나날들인데,
사분의 일, 그 중 한 조각을 차지한다는건 그만큼 크다는 거겠지.
여름이니까 당신을 찾는다.
이 말이 참 부러워.
겨울에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거든 예를들면 장갑이나 목도리 같은.
여름에는 덕분에 시원함을 선물할 수 있어서 참 좋아.
계절을 선물해준다는게
얼마나 큰 마음인지 네가 꼭 알았으면 해.
나도 사실 여름하면 생각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싶거든.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기도 하고.
그밖에도 너를 좋아하는 이유들은 많아.
국수를 좋아하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나에게,
모든게 하나로 어우러진 너는
더없이 완벽했어.
나는 겨울에도 종종 네가 생각나지만,
사계절이 지나고 내년 여름에 더 자주 만나게 되겠지?
안녕, 잘 지내. 다음 여름까지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