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과 담배꽁초의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하다
아침출근길에 에어팟을 한쪽을 잃어버렸다
오른쪽이 잘 빠지기는 해서 언젠가는 잃어버릴 것 같기는 했다
가끔 점퍼 컬러 부분에 빠져서 걸려 있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결국 오늘 아침이 그날이 되고 말았다
약간 늦게 일어나 카카오택시를 부를까 그냥 좀 빨리 갈까 고민하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버릇처럼 순천향대학병원 지나는 길에서 에어팟을 끼고 영어공부차 미국 주식투자유튜버의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
대만계 미국인 같은 이 남자는 발음이 정말 깔끔해서 알아듣기가 그나마 낫다
버스정류장 가는 중에 갑자기 소리가 끊어졌지만 나는 인터넷 연결이 가끔 끊어지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한남동에서 버스를 타고 압구정역에서 내려 통근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아뿔싸 오른쪽 에어팟이 사라졌다
일단 통근 버스를 타긴 했는데 결정을 해야 했다
그냥 가느냐 아니면 다시 돌아가서 찾아보느냐
특히 아까 내린 버스 안에서 떨어졌으면 찾기 어렵다
아직은 아침 6시 전이였기 때문에 거리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잠깐의 고민 후에 통근 버스에서 내려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다시 내린 정류장으로 돌아갔지만 바닥에 담배꽁초와 에어팟은 참으로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만 깨닫고 맞은편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한남동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에어팟 찾기 기능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잘 모르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을 때 찾을 수 있도록 소리만 나게 할 수 있을 뿐인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다시 집 앞까지 갔지만 결국 찾을 수는 없었다
덕분에 통근버스를 놓친 나는 멀고 먼 회사를 시외버스 타고 힘들게 가야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화풀이는 당근에서 중고 한짝을 찾이 보는 대신 네이버에 검색해서 가격신경 안 쓰고 오른쪽 새거 하나를 과감하게 주문해 버리는 것이었다
당분간은 거리의 모든 담배꽁초가 에어팟으로 보이는 이 트라우마가 꽤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