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이 잘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잘생겼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물론 연예인처럼 모든 사람이 동의할 정도는 아니다
자라면서 주변에서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은 적이 있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잘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과거의 잘생김을 주장하는 것이다
사람의 외모는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잃어보기 전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자기가 가진 것은 당연시하게 되는 게 사람이다.
아마 우리 와이프도 솔직히 내가 못생겼으면 만나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경우는 40대 중반부터 머리가 많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완전히 없어졌다
종종 옛날에 참 멋있고 잘생겼었는데 하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잘생김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작년까지 왔다
이제 거울을 보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의 존재인 중년의 대머리 아재가 거울 너머에 서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가진 잘생김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와이프는 잘생김 상실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더 이상의 스킨십을 거부했고 우리는 리스 부부로 수년을 살았다
구박이 좀 심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더 이상 딴 이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잘생김이 없기 때문에 잘해줄 이유도 당연히 사라진 것이다
모발이식 1차 2차 수술이 잘 끝나고 회복된 가고 있는 과정에서 내 기준으로는 이제 어느 정도의 잘생김이 돌아왔다
잘생김 돌아오자 나는 셀카를 자주 찍게 되었고 인스타에 올리거나 와이프에게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와이프는 이런 내가 당연히 이상해 보일 테지만 머 상관없다.
늙음의 속도는 내가 정할 수 없고 누구나 받아들여야 되는 일이지만 너무 빨리 온 늙음은 정말 달갑지 않다.
그래서 아마 1년 후에는 3차 수술을 고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ps
오늘 2차 수술 후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수술 후 3개월을 암흑기라고 부르는데 시술한 모든 머리가 이식에 따른 스트레스로 다 빠져 버리게 된다.
그래서 수술실패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민감한 시기를 지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