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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FW Oct 23. 2024

[책리뷰] 고스팅: 그가 사라졌다 by 리사엉거

고스팅 은 제목 그대로, 상대방에게 아무런 경고나 이유 없이 문자나 전화 등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유령처럼 사라진 사람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엔 그저 흔한 데이팅 앱 스토리처럼 보였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온라인 관계에서 우리가 상대방을 얼마나 쉽게 착각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착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렌이 만난 그 남자... 처음엔 너무 완벽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긴장감으로 몰아친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우리가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안다'라고 착각하는지, 그 착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요즘은 SNS나 데이팅 앱 덕분에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 연결이 얼마나 피상적일 수 있는지, 또 그런 얕은 관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고스팅 은 강렬하게 경고한다. 렌이 이 남자와의 관계에서 겪는 의심과 불안은 우리가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가지게 되는 불확실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멈출 수 없었던 질문이 있었다. “사람이 잘못된 믿음과 가치관에 빠지면 어디까지 위험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소설이 아니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 그중에서도 신념과 집착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깊이 탐구한다. 렌이 만난 그 남자는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신념에 집착하며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그 신념은 점점 왜곡되고, 결국 그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특히 고스팅이라는 제목이 책의 전개에 따라 의미가 변화하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책 초반에는 '고스팅'이 그저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연락을 갑자기 끊고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단어의 의미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중반부에 이르러 '고스팅'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신원을 가로채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이의 삶을 슬그머니 훔쳐가며 그 사람이 되어가는 것… 이 반전은 책의 긴장감과 불안감을 배가시켰다. 단순히 누군가가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라짐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였다.

 "고스팅. 요즘은 그 단어가 잠수 탄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예전에는 세상을 떠난 비슷한 또래의 신원을 가로채는 것을 의미했다. 살아 있는 사기꾼이 슬그머니 죽은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무서웠던 점은,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음을 이 책이 강렬하게 상기시켜 준다. 잘못된 가치관 하나가 사람을 이토록 망가뜨릴 수 있다니… 그 사실이 이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괴물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지. 환한 태양 아래에서는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보둥거리는, 흠 많고 망가진 영혼일 뿐인걸."

이 문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흠 많은 인간들일뿐이고, 때로는 그 흠결이 우리의 잘못된 신념과 집착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집착이 너무 깊어지면, 결국 자신과 타인을 망가뜨릴 수 있는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고스팅 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그리고 그 어둠이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잘못된 신념 하나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그 질문이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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