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예 Nov 09. 2015

그늘 아래에서

무너지다

정처없이 떠돌던 이름모를 동물이 있었다.


홀로이 흘려보내는 시간들에 지쳐갈 때 쯤


큰 나무들이 우거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그늘을


발견한 동물은 나무들에게 물었다.


"내가 잠시 쉬어가도 될까요?"


나무들은 초라한 동물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늘 한켠을


내어줄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조용하지만 따스한 배려에 생애 다시 없을 아늑함에


행복을 느끼며 흘러가는 시간을 그늘속에서


보낸 작은 동물은 그보다도 더욱 작은 존재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그늘 속에 자리함을 보며


왠지 자신이 나무들과 같은 존재가 된냥 뿌듯함을 느끼며


지금의 순간이 영원할것이라 믿어왔다.


어느날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 주던 나무가 하나 사라졌다.


말 없이 보다듬어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떠나는것도


조용히..


작은 동물은 생각했다.


'전만큼 아늑하진 않지만 아직 충분한 그늘들이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야'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 수록 말없이 사라지는 나무들은


많아져갔고 심각함을 깨닫게 된 순간


이미 동물 눈 앞에는 단 한 그루 뿐인 나무와


자신이 만들어낸 그늘아래 불안한듯 모여있는


작은 존재들 뿐이었다.


동물은 다시금 나무에게 물었다.


"당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을테죠?"


마지막나무는 처음과같이 여전히 동물을 지켜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마지막 나무조차 사라져버렸다.


영원히 계속 될줄만 알았던 그늘 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초라한 작은 동물은


자신을 보호해주던 그늘이 사라진 지금


뜨겁디 뜨거운 햇살과 시리도록 차가운 눈비를


맞으며 자신이 만든 보잘것 없는 그늘아래 모인


작은 존재들에 대한 걱정에


다른 곳으로 차마 떠나지도 못한 채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그늘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자신에


지금조차고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자신에


초라한 자신의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는 작은 존재들에게


가지게 되는 연민에


소리 없이 울어버렸다.


울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빛을 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