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한테 배운 행복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평일.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다녀와 오늘 해야 할 업무들을 체크하고 메일과 슬랙의 알림을 확인한다.
오전 미팅을 끝내고 점심시간이 되면 간단히 일하면서 먹을 수 있는 레트로트 식품을 먹거나 빵으로 대체해서말그대로 끼니를 떼우고 오후에 잡힌 또다른 미팅을 하거나 집중업무를 한다.
장소만 집일 뿐, 출퇴근 시간까지 아껴 일하게 되는 업무강도가 높은 회사에서 평일은 정말이지 여유라곤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보노를 산책시켜주러 나가는 시간들에서 숨을 돌리곤 한다. (그마저도 일이 많은 날은, 산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급해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만 머리 속에 맴돈다)
일에 치여사는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네 직장인들에게는 숙명같은 것이려니 싶다.
주변에 봐도 모두 하는 업만 다르지 같이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는 다람지 동지들 뿐이다. 페달을 밟는 속도만 다를 뿐, 모두 열심히 다리를 굴리고 있다.
우리는 다들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걸까?
여느 날, 점심을 먹으며 유느님의 <핑계고>를 보다가 마음에 그대로 꽂히는 대화를 만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대사에 "오늘의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나는 행복으로 할래"라는 대사가 있다는 세호자기님의 말.
필요한 순간에 물주듯 찾아온 한 줄 문장이었다.
그 즈음의 나는, 1인가구로서 재택근무 100%인 회사에서 근무하며,
오로지 사람과의 대화라고는 카톡에서 이루어지는 친구들과의 낄낄거림과 가끔의 가족들과의 전화통화, 그리고 매일 이루어지는 업무 콜로만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우리 회사는 업무는 늘 본론부터. 쿠션멘트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아지를 임보하다가 입양한 이후로는 강아지와의 삶에 집중했기에 외부 모임은 월 1-2번 갈까말까였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즈음의 늘 똑같은 하루에 온전히 나 혼자서 말없이 버텨내야하는 무채색 같은 나날들에 기분이 좋고 싫고를 느낄 여력 없이 무채색으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 느꼈다. 나는 굉장히 나를 잘 아는 사람이고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기분의 물결조차 일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구나.
"나 기분이라는 걸 느껴본지 오래됬구나."
앨리스한테 고마웠다. "오늘의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나는 행복으로 할래"
그렇게 나도 내 일상의 기분을 정하는 레시피 대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침마다 의식처럼 기분을 요리한다.
조미료 치지 않고 담백하게. 그날의 기분을 한 단어로 정한다.
- 타운홀에서 내 발표가 있는 날, 그날의 기분은 주재료는 당당함. (사실 너무나 쫄렸지만)
- 비가 추적 내려 체력이 다운되는 날, 그날의 기분 재료는 팡팡튀기!
할 일이 너무 많아 오늘은 거를까 싶은 날들일지라도, 1분만 투자하면 되는 걸? 아침은 거르더라도 기분레시피는 꼭 정하려고 애쓴다. 아침에 내가 정한 기분을 먹고 안먹고가 정말로 내 하루에 꽤나 영향을 주는 걸 느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