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 년 살기, 귀국 준비. 가구는 어떻게 해요?

by 박모카

월세가 저렴한 집을 우연히 찾았더랬다. 이전에 살던 사람과 우연히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쓰던 물건을 모두 놓고 가달라고 했다. 그도 물건을 처치하기 곤란했던 와중에, 반가운 기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 이사를 왔다.


그리고 이제 이 곳을 떠날 때가 왔다. 문제는, 가구였다. 나갈 때 조건이 이곳에 있는 물건을 모두 처리하고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들어올 때에는 새로 가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시간도 돈도 절약되었다. 하지만 비우고 나가려니 힘들었다. 왜냐면 어린 아기들이 있는데, 침대나 침구가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리 물건들을 치워두면 아기들이 잠을 어떻게 잘 것인가.


그래서 이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가구를 모두 인수인계 받을 사람을 찾아다녔다. 후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집주인 몫이었지만, 내가 다음 세임자를 대신 구해주겠다고 했다. 가구를 처리해야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다음 이유로는 내 앞으로 오는 편지를 나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후에 이 집에 들어올 사람과 연락을 내가 직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낮에도 밤에도 집 문의는 아주 많이 들어왔다. 가격이 시세보다 조금 저렴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집을 보고 간 사람은 하나, 둘, 다섯, 열, 스물... 늘어가는데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가구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내가 놓고 가는 물건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집이 생각보다 낡아서였다. 일부러 대충 찍은 사진을 부동산에 올려놓았지만, 실제로 보면 더 허름했나보다. 사실 나도, 처음 집주인이 이 가격을 불렀을 때에는 올 생각이 없었다. 월 20만원을 더 싸게 해준다고 해서 그 때야 덥석 물었다. 집주인은 멍청한게 아니라 시세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여튼, 이런 이유로 한국에 돌아가는 과정에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집만 보고 연락이 끊기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최악을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집에 있는 물건을 한번에 싹 다 치워주는 업체를 찾는 것이었다. 대략적으로 견적을 내보니 30만원에 처리할 수 있었다. 떠나는 날 그들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하지?라는 걱정이 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이 경우 돈만 주면 집을 깨끗하게 해주는 업체가 많았기 때문에, 보증금으로 집주인에게 부탁하고 떠나면 될 것 같았다.


돈을 쓰려고 생각하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다음 스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왕 집을 정돈하기 시작했으니, 우리가 안 쓰는 가구는 미리 처리하고 싶었다. 일반 차에는 절대 실리지 않을 아주 큰 식탁을 당근에 내놓았다. 무료나눔이라고 하면 오히려 안 가지고 갈 것 같아서 5달러에 내놓았다. 상태가 아주 안 좋았지만 한 달 정도 기다리니 누군가 가지고 갔다. 그 아저씨 트럭에는 이미 우리 식탁이랑 똑같은 식탁이 실려있었다. 그 분은 '세트를 찾아서 운이 좋구만!'하고 가지고 갔다.


그 다음은 운반하기 쉬운 작은 탁자였다. 집 앞에 사람들이 안쓰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종종 봤었다. 우리도 이번엔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단투기하는 것 같아서 꺼려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정말 쓰레기 같은 것을 내놓는 것을 보며,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 계기도 있었다. 6개월간 팔리지 않았던 책을 'free little library'라는 길가에 우체통 같이 생긴 책 나눔함에 넣어놨더니 하루만에 싹 없어졌던 것이다. 정가 10만원이 넘는 새 문제집을 만원에 판다고 했을 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더니, 무료 나눔하니 바로 가지고 갔다. 이곳의 아나바다 활동은 조용했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꽤나 역동적이었다. 다음에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작은 탁자였다. 물건을 내놓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본 이웃집 누군가가 '멋진 탁자군! 나는 필요가 없지만 아주 좋네.'라고 했다. 물건을 내놓고 나자, 주위 공원에서 놀고 있던 사람들이 저 물건은 뭘까?하며 우루루 구경나왔다. 저녁까지 그 탁자가 사라지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지만, 자고 일어나니 없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이렇게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내놓은 세탁기/건조기의 경우 2주 동안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봤다.)


참고로 이곳의 당근은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물건 퀄리티가 훨씬 떨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고 깨끗한 물건을 싸게 내놓는데, 이곳 사람들은 버릴 것 같은 물건도 비싸게 팔곤 한다.



날짜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처음에 3개월만 살기로 얘기하고 들어왔다가, 한 달씩 묵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우리였다. 한국으로 떠나기 3개월 전에 우린 이제 집을 비우겠노라고 노티스를 줬다. 24일에 나간다고 했다. 3개월의 준비기간을 드렸으니 아무 문제 없을거라는 우리의 생각은 빗나갔다. 계약은 '달'마다 하는 것이니, 그 달에 해당하는 비용을 다 내라는 것이 주인 아저씨의 입장이었다. 알고보니 우리 부모님도 20여년 전, 미국에 살 때 똑같은 에피소드가 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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