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통역은 허투루 할 수 없다

by 박모카

일반 병원 통역의 경우, 상대가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FM대로의 통역사는 상대의 말만 '그대로' 반복해야하지만, 상황에 따라 재량으로 내가 다시 질문해서 의료진이 궁금해했던 내용을 확인할 때가 있다. 통화 너머의 상대가 어떤 부분에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가 재량껏 관여를 하는 것이 서로의 대화를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에는 경찰 통역이 들어왔다. 성추행 용의자와 경찰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경우 성추행 용의자가 얼버무리는 것이 있다면 내가 얼버무렸던 문장 속에서 핵심만 파악해서 명료하게 답을 찾아서 알려주기보다는, '상황'과 '문맥'도 같이 전달해야했다. 경찰에게는 이 사람의 '대답'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투'나 '상황'적인 문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용의자에게 "Report number (지금 사건의 번호) 필요합니까?" 라고 물었는데,

"리프트 (우버같은 공유 택시. 앱으로 부르기 때문에 기록이 남는다.) 번호 알려주세요" 라고 들었는지 자꾸 자기는 택시를 탔다며 동문서답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엉킨 대화를 어떻게 풀어야하나 난감했다. 경찰에게 이 사람이 어떤 이유로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지 설명해주고, 이 사람에게도 질문을 명확하게 다시 물어보면서 실타래를 풀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대화가 경찰에게는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추측이 들었다. 내 선에서 경찰이 물어본 것에 대한 '정답'만 찾아서 통역을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전에 있었던 다른 통역도 떠올랐다. 병원에서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서 온 전화였다. 수술 전에 의료진들이 돌아가며 들어오는데, 계속 이름, 생일 등 같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짜증난다는 환자였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보를 교차확인하는 것이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환자가 싫어도 어쩔수없이 확인을 해야헸다.환자가 신경질적으로 "왜 자꾸 똑같은 것을 확인하냐"고 물었는데, 의료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환자분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환자와 착각하는 확률을 줄이고 의료 실수를 만들지 않기 위함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몇 번의 같은 질문이 갔고 몇 번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환자는 돌아오는 같은 대답을 들으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다. "이게 우리 병원의 규칙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받았으면 환자가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대답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이 될 지 고민이 들었다.


모든 통역은 통역 상황에 맞추어 통역사의 재량이 약간씩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