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을 하면서 제 3자의 관점이 된다. 관망하는 눈으로 바라보니, 초월하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 중 반가운 시점이 있다. 사람들이 화를 낼 때나, 이상 행동을 할 때에는 당신의 탓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낄 때다. 어렸을때의 나는 '내가 잘못했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라며 자책을 많이 하곤 했다. 통역을 하다 보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이런 분들은 오히려 통화 너머의 다른 상대에게 화를 잘 내곤 한다. 내가 상담원이었으면, '내가 설명을 잘 못했나?'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회사원이었던 과거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제 3자가 되어 상황을 바라보니 화가 난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의 관점에 기인한 적이 많았다. 물론 예외 상황도 정말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기성찰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는 문제가 아닐 것 같다.
비슷한 결로, 내 마이크 소리가 너무 작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내 기기는 정상 작동 중이고, 알고보면 그들의 디바이스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경험이 하나씩 쌓이니, 나에게 화가 나 있는 사람을 봐도 내가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이든, 인내력의 지구력이 좋은 사람이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본받고 싶은 인성이다. 이런 사람들은 통화의 마무리가 기분 좋게 끝났다. 상대가 화를 내더라도 침착을 유지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상대가 스스로 '화를 이렇게 낼 게 아니었는데..'를 깨닫게 해준다.
느끼는 점이 있으면 배울 수 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인간인 나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며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인내를 가질 때에는 지름길을 돌아가는 느낌이지만, 정직하게 걷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