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어두운 면을 본다

by 박모카

통역을 하다가 보면, 정신없는 사람을 꽤 마주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환자, 너무 졸려하는 환자, 정신분열이 와서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는 외부인, 술에 취한 사람 등. '대화'가 한마디도 되지 않는 사람과의 전화통화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몸에 긴장이 된다. 이 사람이 입 밖으로 꺼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놓치지 않고 통역을 하는 것이 내 임무이지만, 말이 되지 않는 단어만 늘어틀 놓기 때문에 의외로 통역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많이 마주치는 날이 있다. 난데없이 높아지는 통역 난이도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오늘은 업무를 얼른 마쳤다.


침대에 누워 지친 뇌를 쉬게 해주는데, 문득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통역하다가 마주친, 신탁자금까지 마련해놓은 부자 할아버지께서 '부모는 재력이 중요해요. 나이가 들어서 자식과의 관계는 재력이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돈을 성실하게 벌고, 세금을 오랫동안 내면 은퇴시기에 미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라도 재력은 중요하다고 하셨다. 주 보험과 보조 보험 덕에 지금은 응급실에 불쑥 찾아가도 보험으로 월 지출되는 비용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는 무료로 받을 수 있으셨다. 돈이 넉넉한 상황이, 오히려 돈을 세이브 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친인척도 없는 타지에서 살다 보면, 인생은 서바이벌이라는 말이 체감된다. 내 앞길을 내가 마련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들의 앞길은 어떻게 되는 걸일까?' 부터 시작해서, '만약 내가 당장 정신이 이상해져서 일을 못 한다면..'이라는 걱정까지 스쳤다. 예전에 통역하며 스쳐지나갔던, 치매 엄마를 돌보고 돈을 벌러 "당장" 퇴원해야한다는 교통사고 입원 환자는 잘 살고 있을까.


어렸을 때에는 몰랐다. 세상에 이렇게 장애를 동반한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다. 통역을 하며 내가 발로 걸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가보며, 겸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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