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호남선 KTX를 타고 전주 한옥마을까지 1시간 반. 교회에서 처음 만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 언니와 함께 한 여행.
급하게 전주로 떠나기로 한 며칠 전,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언니는 한옥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했었다. 흔쾌히 따라나선 여행길, 이 글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2박 3일의 전주 여행기이다.
국제 슬로우 시티(slow city) 전주 한옥마을
전주역에서 택시를 타고 차로 10분 거리의 숙소에 도착한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숙소는 '덕만재'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인증된 숙박시설이었다.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소박함이 더 정겨운 곳이었다.
한옥마을의 중심지에서는 약간 벗어난 위치에 있는 숙소. 그러나 한옥마을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중심부와 겨우 도보로 2~3분 정도이다. 조용하고 가정집 다운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나와 언니에겐 안성맞춤의 곳이었다.
연 1,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한옥마을
연 약 1,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전주 한옥마을은 평일이지만 사람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마을 곳곳에는 어여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근대식 한옥들을 짓기 시작하면서 발전하였다.
오늘날은 세계 최초 도시형 슬로시티(Slow City)로, 그리고 세계 유네스코 지정 음식 창의 도시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판소리'의 고장으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 세계소리 축제
전주 볼거리
오목대
오목대에서 바라 본 전주 한옥마을(사진 옥별아)
오목대는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위치한 언덕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80년 고려 우왕 때 왜군을 물리치고 돌아가던 중 자신의 고조부인 목조가 살았던 이 곳에 들러 승전을 자축한 곳이다. 이성계가 그의 군사들과 자축을 올렸던 언덕의 가장 높은 평평한 지대는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경기전
전주의 전주 이 씨인 조선 왕실의 본관지이자 전주의 중심이 되는 문화재인 경기전은 태조의 어진(초상화)을 모신 건물로도 유명하다. 대나무가 울창하게 꾸며주고 있는 경기전은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는 곳이었다. 조선시대의 한옥 기와 건물들이 늘어선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전동 성당
1931년 일제 강점기에 완공된 성당은 현재 전주시 안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호남 전체에서 최초로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다.한국의 교회 건축물 중 곡선미가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며 화려한 건물로 손꼽히고 있다.
한옥 마을 중심에는 전주 초등학교가 있다. 한옥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 길거리 하나하나 발길 닿는 곳 모두가 보물 같은 이 곳 전주 한옥마을.
전주 초등학교와 한옥마을 길거리(사진 옥별아)
전주 할거리
한옥마을 한지 엽서카드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건물에는 '지숨(zi:sum)'이라는 이름의 기프트샵이 나타난다. 한지로 만든 엽서카드와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이 곳에는 100여 가지의 한지로 만든 엽서카드와, 책갈피, 사진인화, 그리고 한지로 만든 각종 공예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엽서카드는 한 장에 1000원, 열두 장엔 만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다양한 콘셉트의 엽서카드를 보면 구매욕구가 자연스레 솟는다.
한복 입기
한복을 입고 한옥 마을을 누비는 건 놓쳐선 안 되는 선택이다. 수많은 한복점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으며, 한복 또한 다양하고 다채로워 고르는 재미 또한 있다.
한옥마을 야경 보기
한옥마을의 야경은 짙은 밤에 고즈막히 빛나는 한옥 채들이 주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한옥마을에는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트 탑 카페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한옥마을의 야경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전주 먹거리
떡갈비와 전주비빔밥
점심은 지눔 맞은편에 바로 있는 교동 떡갈비에서 먹기로 한다. 가격은 1인분 12,000원, 푸짐한 전라도식 반찬과 함께 나온다. 전주에서 잘 차려진 밥상을 10,000~20,000원에 넉넉히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전주 한옥 마을에 있으면서 떡갈비를 하루에 한 번 은 먹었던 것 같다.
우리는 든든히 점심을 먹고, 한 바퀴 전주 한옥마을을 걸어보기로 한다. 전주 한옥마을의 입구이자 정문이 있는 곳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면 길게 뻗은 도로 옆으로 한옥마을이 고즈막히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한옥마을 건너에 벽화마을과 한옥마을 입구
전주 하면 전주비빔밥이라고 해서 전주비빔밥도 하루에 한 번은 먹었다. 독특하게도 육회를 올려놓은 비빔밥이 어느 식당에나 있었던 것 같다.
전주 초코파이
전주 초코파이는 가족에게 줄 선물용으로 구입하기에 좋다. 달달하고 안에 들어간 다양한 맛의 크림이 먹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길거리 음식
전주 한옥 마을 길거리는 맛 좋은 길거리 음식들로 가득하고, 선택권도 다양해 몇 끼를 길거리 음식으로 먹어도 될 정도이다.
전통 찻집
한옥 마을에 자리잡은 전통 찻집들은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한국 고유의 맛을 전해 준다.
언니와 함께: with
언니는 배울게 참 많은 사람이다. 언니는 '누군가의 복을 기원해 주는 선량한 사람'이다. 언니는, 고민도 있고 아픔도 있어 연약 해지기도 하지만, 바른 길을 찾아가려고 애쓰고 자신의 길을 바르게 가려고 무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언니가 선택하고 나아가는 많은 길에서 언니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도, 언니에게 나의 생각을 얘기해주는 것도 '감사'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들어주고 공감해 주었다. 매듭을 풀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들, 그리고사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런 깊은 고민들까지도.
언니의 순간순간의 감각들과 대답은 나에게 감명을 준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거나, 잊고 있었던 것들을 언니가 깨닫게 해 준다. 언니가 똑똑하고, 현명할 뿐 만 아니라, 다른 이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선택을 한다. 언니도 나도, 우리는 그 '선택'에 관해서 한참을 얘기를 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 묵묵하게 말씀을 따라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보이는 것도, 숨겨진 것도, 알 수 없는 진심도,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꿈꾸고 바라보고 가느냐, 그것이 중요했다.
언니가 있어서, 언니에게 말을 하면서 나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길과, 내가 품어야 할 사람들과, 내가 선택해야 하는 인생과 만나야 할 사람을.
가족을 신뢰하는 것, 마음과 신념이 깨끗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지 않는 것,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