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올해는 토끼해죠. 아이들에게 토끼를 그려보라 하면 어떻게 그릴까요? 빨간 눈? 앙증맞은 꼬리? 이 모든 것들이 토끼의 특징이긴 하지만 그래도 토끼의 가장 큰 특징은 커다란 귀일테죠. 그래서 그럴까요? 올해는 유독 소통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토끼의 커다란 귀를 본받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귀는 소리를 듣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만약 나이가 들거나 병을 얻어서 또는 불의의 사고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개할 유물은 바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 ‘보청기’를 소개합니다.
# 17세기에 처음 발명된 보청기
보청기는 소리를 모으거나 증폭하여 잘 들리게끔 보조해주는 기구입니다. 보청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7세기 프랑스 예수회 사제이자 수학자인 쟝 루흐숑(Jean Leurechon)의 저서 『레크리에이션 수학(Récréations mathématiques)』에 남아있는데요. 당시의 보청기는 길쭉한 관 또는 나팔 모양이라 ‘귀나팔(Ear Trumpet)’이라고 불렸습니다. 안은 텅 비어있으며, 나팔의 좁은 쪽을 귀에 대고 넓은 반대쪽으로 소리를 모아 귀에 전달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주로 동물의 뿔을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 보청기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보청기는 점차 보편화되었고, 금속이나 나무 등으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보청기가 등장했습니다.
① 긴 줄이 달린 보청기는 여러 사람과 대화하거나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깔때기에 입을 대고 이야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변 소음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고안되었습니다.
② 관을 안테나처럼 접을 수 있어 휴대성을 높인 접이식 보청기입니다. 악기 제조업체에서 제작했고, 방문한 고객들이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것은 최대 약 30cm까지 늘어납니다.
③ 휴대용 보청기입니다. 말하는 사람 방향으로 깔때기를 향하게 하여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었는데, 긴 관 형태의 보청기보다는 효과가 다소 떨어졌습니다.
#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이 유물은..?
옛날이라고 해서 큰 보청기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어폰처럼 귀에 직접적으로 착용하는 작은 보청기도 있었습니다. 요즘 시대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이 보청기는 기존의 보청기와 마찬가지로 좁은 쪽을 귓구멍에 꽂고 반대쪽 구멍을 통해 소리를 모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의 보청기보다 작고 케이스에 담아 다닐 수 있어 휴대하기 편했지만 사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 전화의 발명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한 보청기
이처럼 단순히 소리를 모아주는 방식으로 사용되던 보청기는 19세기 말 전화가 발명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전화기의 원리를 기반으로 소리를 증폭해서 전달해주는 탄소 보청기가 개발되었습니다. 이후 진공관 보청기, 트랜지스터 보청기가 만들어지면서 점차 소형화되었고, 1980년대에는 현재 사용되는 보청기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보청기가 개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