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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Mar 21. 2023

간헐적 단식, 원리를 알면 쉽죠!

by 오늘부터 갓생

2012년, 하얀색 표지에 ‘1일 1식’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책이 히트를 치면서 ‘간헐적 단식’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약 10년이 지난 요즘도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굶어서 빼는 거니까 건강에 안 좋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요?

<굶어서 빼야하는 간헐적 단식, 건강에 좋을까?>

# 간헐적 단식에도 종류가 있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 IF)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칼로리 제한방법입니다. 보통의 다이어트 방식과 다른 점은 음식의 종류가 아닌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또한 간헐적 단식을 하면 단순히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대사적 위험요소들을 개선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에도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1)7일 중 2일을 굶는 5:2 단식

(2)단식과 일반식사를 번갈아가며 하는 격일 간헐적 단식

(3)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식사를 하는 시간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TRE)


사실 저는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하는 5:2 단식이나 격일 간헐적 단식은 시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위 3가지 중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역시 ‘시간제한 식사’입니다. 하루 중 8~12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는 방식이죠. 가장 유명한 비율은 16:8 단식 (16시간 단식, 8시간 식사)입니다.


# 해 뜨면 먹고, 해지면 먹지 않아요

시간제한 식사는 쉽게 말해 밝을 때 먹고, 해지면 먹지 않는 것입니다. 인간의 일주기 생체리듬과 잘 맞아떨어지는 아주 조화로운 식사 방법입니다. 생체리듬 중 하나인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약 24시간 주기로 우리 몸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생물학적 리듬을 말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수면-각성 주기가 있습니다. 체온, 혈압, 여러 호르몬 분비 양상, 활동성 등이 주기에 따라 변하죠. 

<수면-각성 조절 (출처: 대한수면연구학회 홈페이지 https://www.sleepnet.or.kr/sleep/normal)>

인체에 내재되어 있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 생활하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리듬이 깨지면 단기적으로는 수면장애, 피로감, 두통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 질환, 비만, 당뇨병, 암 등 심각한 질환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신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빛입니다. 그 외에 음식, 시차 변화, 온도 변화, 활동, 나이 등이 있습니다. 시간제한 식사를 하면 몸의 활동성이 높을 때 먹고, 쉴 때는 공복상태를 유지해 자연스러운 일주기 리듬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알아볼까요?


1) 지방 꺼내 쓰기

간헐적 단식을 하면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유지됩니다. 평균적으로 12시간 이상 단식하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포도당의 저장형태)이라는 에너지원을 모두 소비하고, 마침내 우리가 그렇게 떨쳐내고 싶어 하는 지방을 꺼내어 쓰기 시작합니다. 지방을 태우는 몸 상태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죠. 정확하게는 지방을 케톤체로 바꿔 이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단식을 하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모두 소비하고 지방을 꺼내어 쓰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뇌가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정신이 또렷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성장을 돕는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생성이 활발해지고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관)의 기능도 향상된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나타났습니다.


2) 인슐린 저항성 낮추기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 곳곳의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또 쓰고 남은 포도당은 우선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시키는데, 글리코겐 창고가 다 차버리면 지방의 형태로 저장시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간이 포도당을 생성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혈액 내 포도당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죠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런데 과식, 고열량 음식 섭취, 운동부족, 비만, 잘못된 식생활 등으로 인해 인슐린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포도당이 이미 충분한데도 계속 포도당이 들어오니 췌장이 쉬지 않고 인슐린을 분비하다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 생산량 자체가 떨어지거나 분비된 인슐린에 몸이 반응을 잘하지 못하는 등 여러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포도당을 정상적으로 소비하지 못하고 혈당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 소비되지 못한 포도당은 지방 형태로 저장됩니다. 당뇨병, 고지혈등,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 발생률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단식을 하는 동안은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니 인슐린 분비가 감소됩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은 혈당을 안정시키고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인슐린은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쓰는 기전을 막기 때문에 단식을 통해 인슐린 농도를 낮춰 지방을 태우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3) 자가포식 활성화

간헐적 단식을 하면 몸이 해독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로 ‘자가포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세포의 크기는 보통 1백 분의 1cm 밖에 되지 않는데요. 이 세포 안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있습니다

<자가포식이란 세포내 오래된 소기관, 망가진 단백질 등의 노폐물을 재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세포가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받지 못하면 세포 내 구성요소들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자가포식’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세포 내 오래된 소기관, 망가진 단백질 등의 노폐물을 재활용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오토파지라 하는데, 오토파지가 활발해지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관리하는 효과가 있어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간헐적 단식 = 야식 & 군것질 STOP

간헐적 단식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이 있으며, 먹는 양을 비교적 덜 제한하기 때문에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다 장기간 지속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쉽게 생각해 보면 12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시간제한 식사는 ‘야식 먹지 말고, 식사 외 군것질하지 말기’의 대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단,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는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3개월 미만의 단기연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방송이나 책에서 다루는 드라마틱한 사례를 지나치게 신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또. 성장기의 청소년, 임산부나 수유부, 당뇨나 간 질환 등 질환을 앓고 있다면 단식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반드시 의료전문가와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손기훈 외 2인, 『생체리듬과 신경내분비 시스템』, Endocrinol Metab 25(4):249-257, 2010

[2] Mark P. Mattson 외, 『Intermittent metabolic switching, neuroplasticity and brain health』,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9, 81-9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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