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냐~ 애들은 가라! 이 약 한번 먹어봐! 입 냄새 제거는 기본! 소화불량, 멀미, 두통, 현기증, 가슴 통증, 복통, 전염병 예방까지!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네요. 이 약의 정체는 바로 인단! 오늘날 금연 보조제 또는 구취제거제로 쓰이는 은단의 전신입니다.
인단은 모리시타 히로시(森下博, 1869-1943)가 개발한 약입니다. 대만에서 군인으로 복무할 때 대만 사람들이 휴대용 청량제(懷中淸凉劑)를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착안해 만들었습니다. 감초, 계피, 박하 등 13가지의 생약재를 섞어 인단을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붉은색이었는데 이후 은으로 감싼 은립(銀粒)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인단은 은박으로 코팅한 작은 약은 향기로운 향과 시원한 맛이 나는 알약으로 당시 대표적인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고, 들고 다니면서 섭취할 수 있도록 전용 케이스를 사용하여 간편하게 휴대했습니다.
독특한 모양과 맛을 가진 인단은 큰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 중국과 더불어 동남아시아, 남미까지도 진출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죠. 그런데 그 성공의 비결은 바로 과대광고였습니다.
이 유물은 1930년대 인단 광고입니다. 광고 문구를 보면 인단을 거의 무소불능 만병통치의 약으로 기사회생하는 신약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화한 맛이 나는 알약을 삼키면 각종 증상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고 하네요. 입 냄새 제거는 물론, 소화불량, 멀미, 두통과 현기증, 가슴이나 배의 통증, 감기는 물론 전염병 예방까지! 하지만 실제 인단의 성분의 성분을 보면 소화제나 지사제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광고지 중앙의 인단 상표는 대례복을 입고 카이젤 콧수염을 기른 외교관 남성이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일본 외교관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일본은 이 캐릭터와 인단 광고를 통해 일본의 제국적 이미지를 전파하고 식민지 진출을 용이하게 하고자 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권보드래 〈仁丹 - 동아사아의 상징 제국〉, 《사회와역사》 81호, pp.95-127, 한국사회사학회, 2009)
아래는 인단 광고의 뒷면입니다. 우측 상단에 크게 ‘경고가모(敬告假冒)’란 글씨가 있습니다. 경고가모란 가짜 경고란 뜻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짜 약이 문제인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근래 홍환을 인단이라고 속여 사기를 치는 상인이 많으며 이것을 먹고 신체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왼쪽 하단엔 한 남성이 손가락으로 인단의 캐릭터를 가리키며 뭐라 하는데요. ‘진짜 인단은 약포장지에 반드시 일정한 도안이 있으며 이 상표와 함께 모리시타히로시약국(삼하박약방)이라는 글자가 있으므로 이 글자가 없는 약품은 모두 위약입니다.’란 내용입니다. 뒷면 광고는 특히 인단 유사품에 주의할 것과 유사상표를 구분하는 방법을 상세히 적혀있는데 당시 인단 광고 전쟁이 매우 치열했다고 합니다.
이 유물은 휴대용 인단 상자입니다. 놋쇠로 견고하게 제작됐죠. 겉면에는 콧수염 외교관 얼굴과 진탄(Jintan)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뚜껑을 열면 톱니처럼 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종이나 이쑤시개와 같은 작은 물건을 끼울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소형 거울을 부착하여 얼굴 등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거울 뒤쪽에는 하트 모양 구멍을 만들어 인단이 나오게 하는 구조입니다.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근대 유물 중 하나이지만 지금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편의성이 높은 케이스입니다.
인단이 우리나라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대한제국 시기인 1907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인단은 개화를 상징하는 물품으로 잡화점의 인기 품목이었습니다. 광복 후에는 국내 제약회사에서 인단의 맛과 효능이 비슷한 은단(銀丹)을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옛날처럼 과대광고를 하지는 않지만 구강청량제나 구취제거제, 금연 보조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