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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Sep 18. 2023

치매, 증상이 있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by 배뚱뚱이

이번 9월 일상건강 매거진의 주제는 치매입니다. 왜 9월에 치매인가? 9월 21일은 바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입니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날로, 우리나라도 2011년에 이 날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Dementia)와 알츠하이머(Alzheimer)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 둘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다양한 치매 중 60~80%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외에도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를 동반한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 여러 원인의 치매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서로 결합해(예: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있는 환자가 뇌혈관 질환이 함께 있어 혈관성 원인에 의한 치매 악화가 함께 나타나는) 나타나기도 합니다. 같은 점이 있다면 이런 치매는 대부분 한번 발생하면 이전과 같은 정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죠.  


# 완치가 가능한 치매? 의학적 용어로는 가역적 치매입니다. 

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은 신경과입니다. 학생 때 신경과 수업에서 기억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치매는 비가역적(irreversible: 돌아오지 않는)
즉, 나빠진 것을 정상으로 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정말 중요하다

<자료출처: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 >

병원에서만 일하다 보니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완치 가능한 치매’에 대한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완치 가능한 치매’란 용어가 환자 교육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의학 용어로는 가역성치매 (Reversible dementia)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질1환에 의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뇌척수액이 막혀 발생하는 수두증, 경막하 혈종(뇌출혈의 한 종류), 티아민(비타민 B1) 결핍, 나이아신(비타민 B6) 결핍, 비타민 B12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으로 뇌도 영향을 받아 치매와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환자들은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적절한 약을 복용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역성 치매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 중에서 5~10% 정도가 실제로 이런 교정 가능한 원인이 있어 이런 교육 자료가 만들어진 듯 합니다. 


# 개인적으로 가역성 치매를 치매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완치 가능한 치매’란 개념을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비가역적인 진행 조건들에 대해서만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치매 증상이 일부분 가역적일 때는 치매 대신 뇌병증 또는 인지력 상실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잠을 오랫동안 못 자거나, 갑자기 운동을 많이 하는 등 특정한 이유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고 고혈압이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역성 치매를 치매라 하고 싶지 않은 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치매를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치매는 치료가 되니까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 치료하면 되겠네’라고 근거 없는 긍정 회로가 생길까 봐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 부모님께 치매 검사 권유하는 거?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요

치매 검사는 대부분의 경우 환자 본인의 의지보다 자녀들의 권유에 의해 진행됩니다. 그런데 부모님 치매 검사를 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심지어 의사인 저도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내가 괜찮다는데 너는 왜 나를 치매 환자로 만들려고 하냐?”라는 등 엄청난 원망과 함께 다른 가족과의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고 검사를 받게 했죠. 일단 70세가 넘으면 본인의 신체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때, “치매가 있을지도 모르니…”란 단어가 훅 들어오면 어르신들은 매우 큰 저항감을 갖는 듯합니다. 본인도 말은 안 하지만 인지기능이 전보다 살짝살짝 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텐데, 이 찰나에 ‘치매가 있을지도 모르니…’라고 하면 일단 역정을 내고 피하는 거죠.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러운 거지 치매 같은 거에 걸렸을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 검사를 피하면 안되는 이유 

2011년에 우리나라에 치매관리법이 생겼습니다. 특정 질환으로 법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인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치매관리법 제1조, 목적입니다. 


이 법은 치매의 예방, 치매환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및 치매퇴치를 위한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ㆍ시행함으로써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치매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치매는 아직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아닙니다. 치매에 걸리면 의료기관을 비롯해 가정에서는 간병 등을 위해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은 환자의 여생 동안 계속 이어집니다. 


치매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회복보다는 증상 악화를 멈추거나 늦추는 것까지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병과 달리 빨리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령 위에 (제가 동의하지 않았지만) 완치 가능한 치매라 하더라도 원인이 무엇인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야 낫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낫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의 부모님들이 역정을 낸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었다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안심하면 되고, 혹시라도 치매가 막 시작하려고 하는 상태라면 바로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전문 자료가 아니라면, 그나마 가장 정확한 질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 중 하나가 초록색 N 검색창의 질환 정보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그래도 가장 표준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치매 치료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노인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50~60%)과 혈관성 치매(20~30%)의 경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으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진행의 지연이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인성 치매 [senile dementia]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지금 마음이 조금 편하면 나중에 환자와 가족 모두 많이 힘들 수 있죠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만약 부모님이 65세 이상, 치매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이번 추석 연휴 때 함께 해볼 만한 온라인 치매 검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서울시광역치매센터 사이트에 보면 가족을 위한 온라인 치매 검사가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검사를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결과를 보시고 만약 제대로 된 검사가 필요하다 생각되면, 절대 주저하지 마시고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치매 검사는 이러한 웹사이트보다는 아닌 최소한 보건소 선별검사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도록 하시는 것을 간곡히 추천합니다. 치매관리법이 생기면서 각 보건소마다 치매에 대한 선별진료 프로그램은 모두 가지고 있도록 되어 있어 생각보다 치매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치매선별검사는 온라인으로 하는 MBTI가 아닙니다. 엄연히 질환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이니까요. 


# 완치 가능한 치매가 있고 없고를 떠나… 치매 치료의 왕도는 지금입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65세 이상이라면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보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무조건 빨리 검사하는 것이 최고의 왕도입니다. “고칠 수 있는 치매” 라는 단어가 “지금 검사하지 않아도 돼” 라는 면죄부가 되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치매는 결국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에 발견하면 할수록 환자의 여생을 훨씬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질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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