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2023년 한 해도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마지막 주제는 바로 머리카락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유독 머리카락, 즉 모발검사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바로 연예인들의 마약사건, 그리고 그 마약을 검사하기 위한 검사가 모발검사이기 때문인데요. 과연 머리카락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 합니다.
# 머리카락을 태우면 나는 냄새는 바로 ‘단백질’
머리카락은 정확하게는 우리 몸에서 나는 모든 체모 중에서 두피 부분에 나는 체모를 일컫는 말입니다. 동물의 피하조직에 있는 모근에서 발생하는 실과 같은 섬유 형태의 물질로, 대부분은 경화된 단백질(케라틴)과 여러 중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태우면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이건 단백질이 타는 냄새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머리카락은 피부보다 조금 깊게 있는 모낭에서 자라고 모낭은 바로 옆에 피지선(노란색 똬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몸의 피부 대부분은 털이 나지 않더라도 머리카락이 자랐던 흔적, 즉 모공이 있습니다. 그래서 털은 안나도 피지만 나는 모공이 남아있습니다. 이 피지들이 문제가 되면 여드름을 만들어 코의 블랙헤드를 만들기도 하지요. (블랙헤드와 여드름 얘기를 하면 또 길어지니… 오늘은 머리카락 얘기만 할게요)
# 머리카락의 수명은 3~6년
머리카락 이외에도 눈썹, 다리, 겨드랑이, 음부, 남자의 경우 얼굴 수염, 일부 남성의 경우는 가슴에도 털이 납니다. 이 중 머리카락이 가진 중요한 특성은 바로 그 밀도와 자라는 속도입니다. 일단 머리카락은 1제곱센티미터 당 100~150개가 있어 다른 부위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촘촘하게 나아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하루에 0.3~0.4mm 한 달로 따지면 1에서 1.5cm 정도 자란다고 하는데 내 머리의 길이가 15cm라고 하면 그 머리카락은 10달에 걸쳐서 자란 머리카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머리카락 자체의 수명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6년 정도이기 때문에 그간의 많은 정보를 머리카락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머리를 아무리 길러도 일정 길이 이상으로는 잘 자라지 않는 이유가, 자라던 머리카락 자체의 수명이 다해서 그대로 빠지기 때문입니다.)
# 머리카락을 검사하면 직업과 거주지도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은 모낭 안에서 만들어진 딱딱한 케라틴이 만들어진 후에 지속적으로 위로 자라나고, 계속 모낭 (정확히는 모근세포(Hair follicle)에서)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머리가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은 모낭 혼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혈관에서 영양을 공급받게 됩니다. 바로 이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특정 시기에 몸에 노출되어 있는 중금속이나 기타 성분들이 케라틴 안에 같이 생성이 되게 됩니다.
사실 마약검사 이전에도 머리카락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2012년 11월 17일에 방송된 S방송국의 그것이 알고 싶다 (870회 방영분)에서는 머리카락을 통해 그 머리카락의 주인의 직업이 무엇이고 어디에 사는지 (바닷가에 사는지) 맞추는 것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마약 검사를 할 때는 머리카락을 뽑아 기체크로마토그래피 (또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란 검사를 하면 특정 원소들이 있는지 없는 지의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약과 관련된 중금속들의 유무를 찾으면 해당 머리카락이 자라는 시기의 마약 복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검사의 정확도는 소변을 통한 검사가 훨씬 높긴 합니다만, 소변검사는 마약 복용/주사 직후에 검사하지 않으면 이미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가버린 이후이기 때문에 실제 수사기관에서 이를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발을 이용한 마약 검사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지요. 비단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나는 모든 털, 다리나 눈썹에도 정보가 있고, 심지어는 본인도 잘 모르시겠지만 남성의 경우 회음부와 항문에 나는 털도 이러한 정보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2019년에는 머리를 다 밀었던 피의자가, 체모 검사에서 투약 사실이 확인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 또 하나의 내 몸 기록 보관소, 손톱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섬유가 머리카락이라면, 케라틴과 칼슘, 중금속 등이 모여 더 딱딱하게 모이는 부분이 바로 손톱입니다. 손톱은 자라는 속도가 보통 하루에 0.1mm 정도이고 1년에 3~4.5cm 정도 자랍니다. 손톱의 경우 적어도 3~6개월 정도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마도 축구나 운동 등으로 발톱이 빠져봤던 분들은 발톱이 다시 자라는 기간으로 이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셨을 거예요) 다만 손톱의 경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머리카락처럼 전체를 채취할 수 없고, 손 끝에 있는 일부만을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손톱을 생으로 뽑는 것은 고문의 한 종류입니다.) 실제 수사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 고래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지’
제가 오래 사는 동물들에 대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내용입니다. 아주 오래 사는 고래의 경우 고래의 귀지를 통해서 고래가 생존했던 시기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S. Trumble이라는 학자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impact factor 11.1의 매우 저명한 학회지에 실렸던 논문인데요. (https://doi.org/10.1073/pnas.1311418110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대왕고래 (평균수명 80~90세)의 귀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성 성숙시기 (성징)에는 귀지에 테스토스테론이 급증하고, 모유만 먹던 시기에는, 모유를 통해 농약/방염제 성분이 들어와서 해당 농도가 높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저자는 여기에서 착안을 하여 2018년에는 다른 고래의 귀지를 통해서 20세기에 만연하였던 포경업이 발달했던 시기에 고래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졸)이 이에 따라서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고래의 경우 평생 동안 귀를 파지 않기 때문에, 귀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대로 쌓여있다 보니 이러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 것이지요. 결국 우리 몸에서 자라나고 분비되는 것들은 모두 그 시기에 내 몸이 노출되어 있던 것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시작은 머리카락, 결론은 마약 시작하지 말자!
제가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해외 (주로 미국, 유럽)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마약에 대한 무용담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외에 교환학생을 갔었던 2001년 그 당시에도, 마약 냄새(주로 대마)가 뭐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흔하게 있던 것이 마약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니 적어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마약을 접하기가 너무 쉬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마약과 관계있는 독특한 질환 중 하나가 바로 C형 간염인데, 이 C형 간염의 경우 마약주사를 돌려가면서 맞으면서 주사를 통해서 감염이 되는 것이 주요 전파 경로입니다. 그래서 마약사범의 유병율은 45% 이상으로 일반 인구의 0.7%와 비교하면 수십 배가 높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C형 간염 환자의 신규 환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마약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딱 한 번, 이런 것은 없습니다. 그냥 무조건 생각조차 하셔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