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2024년의 갑진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죠. 한독의약박물관에는 자손의 안녕을 빌고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담긴 유물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에서 온 ‘동자석’입니다. 동자석은 아이의 모습을 한 석상으로 무덤 앞에 세워졌습니다. 조선시대 유교 제사의 보급과 불교 등의 요소가 반영되어 죽은 자를 위로하고 사후 세계에서의 생활을 배려하는 후손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죠.
동자석이 제주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16세기 경기도 지역에서 처음 등장하여 전국에 전파되었다가 18세기 전반에 점차 사라졌습니다. 제주도에 동자석이 들어온 경로는 다양하게 추정됩니다. 지방을 다스리던 관리, 낙향한 관리, 세금을 바치기 위해 육지에 다녀온 관리, 능역(능을 만들거나 고치는 일)에 자원해 육지로 간 유학자들, 제주도에 온 유배인 등을 통해 동자석 문화가 제주도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동자석은 자손을 대신해 망자의 혼을 받들며 모신다는 의미가 컸습니다. 그래서 손에는 심부름과 관련된 갖가지 지물을 들고 있습니다. 지물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홀(笏) - 본래 문인석(文人石)의 지물(사대부들이 손에 쥐고 있던 패). 망자의 혼을 받들려는 마음.
· 창(槍) - 본래 무인석(武人石)의 지물. 망자의 혼을 지키려는 마음.
· 술병·술잔 - 제수(祭羞)를 대접해 혼을 즐겁게 해 주려는 마음.
· 주걱·숟가락 - 죽은 뒤에라도 굶주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 부채 - 무더위와 벌레를 쫓아내 혼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마음.
· 붓·먹·벼루 – 망자의 뜻을 받아쓰고 후손의 학업 성취를 도와달라는 소망.
· 꽃 –망자의 부활과 왕생을 바라는 소망.
한독의약박물관 옥외 전시장에는 두 쌍의 동자석이 있습니다.
그중 한 쌍은 동남(童男), 동녀(童女)로 구성되었으며 구멍이 뻥뻥 뚫린 제주도 현무암으로 만들었습니다. 코와 귀는 양각으로, 눈과 입은 음각으로 새겨 대조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동자의 옷은 음각으로 약하게 예복(禮服)을 표현했습니다.
머리모양도 음각기법을 사용하여 길게 땋은 댕기머리를 Ⅹ자형으로 나타냈습니다.
좌측 동자석은 술병을 들고 있고, 우측 동자석은 술잔을 들고 있어 술을 좋아하셨던 부모를 위해 언제라도 술을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였던 후손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쌍은 제주도 안산암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동남(童男), 동녀(童女)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무암 동자석과 마찬가지로 코와 귀는 양각으로, 눈과 입은 음각으로 새겨 표현하였습니다. 손아래 보이는 옷고름과 늘어뜨린 소맷자락, 허리띠가 확인되어 옷 위에 포(袍: 아래위가 하나로 된 겉옷)를 덧입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머리모양은 길게 늘어트려 하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댕기머리를 양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둘 다 창을 들고 있어 부모님의 영혼을 지키려는 자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2024년 갑진년(甲辰年)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동자석에 염원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