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 뜰 날

어느 날 노트

by 제이앤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평상시에 다른 이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혼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가끔씩 들려오지만

그거야 ‘ 저 사람이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군 아님 울적하거나’

할 뿐이지 감동이나 흥미 따위는 없다.


점심을 먹고 빨리 걷기 운동을 하던 길이었다.

대로변으로 나가는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을 추적해 보니 저 앞에 가고 있던 연인의 라이브였다.

팔짱을 낀 두 사람은 마치 오디션 장소에라도 와 있는 듯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맞추며 노래를 이어갔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노래의 리듬과 음색이 너무 좋아서

천천히 뒤 따르던 나는 순간 박수를 칠 뻔했다.

내가 연예기획사 관계자였다면 명함을 건네며

길거리 캐스팅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2010년 여름, 셋째를 출산한 아내가 산후조리 중이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작은 산을 올랐다.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녀석들을 흥겹게 하기 위해 노래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자 따라 해 봐,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흡수가 빠른 녀석들은 연신 노래를 불러 재꼈고

등산로를 오고 가던 사람들은 그 모습이 웃겼는지 같이 따라 부르며 박장대소했다.


봄이 왔다.


추웠던 모든 인생에도 봄날이 오면 좋겠다.

아프고 힘든 모든 인생에 쨍하고 해 뜰 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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